기도모임 ‘말씀과 순명’ 착한소비 앞장 홍정길-지형은-이동원 목사 등 교회-국가위기 대응 초교파 모임 수도권 중심 교회 80여곳 참여… 전통시장 물품구입-취약계층 지원 “참여교회 늘려 선한 영향력 확대”
지난달 29일 인천 부광감리교회에서 열린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말씀과 순명’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이 모임은 이웃과 사회를 위한 공감소비운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의 말이다. “2월 사회적으로 심각한 논란을 초래한 일부 목회자의 ‘정치적 행위’ 탓에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심할 때였다. 몇몇 중견 목회자들이 ‘이러다 한국 교회가 모두 죽는다’며 해결책을 찾자고 찾아왔다. 그래서 경력이 되고 권력이 되는 모임 말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했다.”
이 모임의 이름을 지은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의 설명이다. “순명(順命)이 아니라 ‘따라죽을 순(殉)’을 쓰는 순명이다. 예수님의 제자이니 그 말씀을 지키며 죽을 각오로 살자는 취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교회가 이웃, 나아가 한국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2020 코리아 페스티벌’의 아시아 페스티벌 대표인 채드 해먼드 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이 페스티벌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1918∼2018)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인 대규모 전도 집회다. 해먼드 목사는 설교에서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을 병들게 하며 교만은 건강한 교회를 무너뜨리고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빼앗는다”며 “교만이라는 병에 걸렸을 때 치유하기 위해서는 겸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씀과 순명의 기도에 대한 첫 응답은 교회 중심의 ‘공감소비운동’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80여 개 교회가 참여해 전통시장 물품 구입과 취약계층 지원, 미(未)자립 교회 돕기 등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지원 규모는 5억5000만 원 상당이다.
기도회 후 조찬 모임에 참석한 목회자들.
다양한 아이디어도 이어졌다. “예장통합 총회뿐 아니라 대표적 교회 7곳이 모여 다양한 지원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한인사회와 교회가 생필품조차 구입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적 지원이 필요하다.”(주승중 목사) “인도네시아 감리교의 경우 목회자 24명이 소천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귀국 선교사 지원도 필요하다.”(김상현 목사) “부활절 헌금 전액을 기부한 교회들도 있다고 하더라. 선교사의 경우 필요하면 양재 온누리교회에 있는 선교사 숙소를 이용하실 수 있다.”(이재훈 목사)
모임을 더욱 개방적으로 운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권력화가 아니라 희생과 봉사에 나서는 교회를 늘려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자는 취지였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