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4일 정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청와대와 군은 ‘우발적 사건’이란 평가를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의도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나친 저자세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北, 장성택 처형 때 사용한 고사총 연사한 듯
군에 따르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특별조사팀은 4일 오전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강원 철원지역의 비무장지대(DMZ)내 한국군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방문해 오후 늦게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고사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을 처형할 때 사용된 걸로 알려졌다. 과거 DMZ 총기 도발에도 여러 차례 사용한 전례가 있다.
우리 군의 교전규칙 준수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북한의 총격 직후 아군 GP는 10분 간격으로 K-6 기관총으로 두 차례 경고사격(각 10여발)을 실시하고, 그로부터 10분 뒤 경고방송을 한 걸로 알려졌다. 교전규칙 등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했다는 우리 군의 주장에 대한 유엔사의 객관적 검증 절차를 밟는 것이다.
●靑·軍 ‘우발 사건’ 단정 논란 확산
청와대는 유엔사의 조사가 통상적 절차임을 강조하면서 ‘우발적 사건’이란 평가를 견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이 실수로 한 일에 대해선 (우리가 보낸 전통문에) 답신하지 않는다. 답신하는 경우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우리 군이 보낸 전통문에 응답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도 당시 기상여건과 남북 GP간 지리 전술적 여건 등을 근거로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아군 GP에 기관총 세례를 한 것은 정전협정과 9·19 남북 군사합의를 심대히 위반한 것”이라며 “최종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청와대와 군이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군 사기는 물론이고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남측에서 9·19 합의 위반 비판 등이 확산될 경우 북한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남측이 DMZ에서 먼저 위협적 행위를 한 것에 상응한 무력조치를 했다고 불쑥 주장하거나 유엔사 조사 자체를 시비 걸면서 맹비난과 함께 도발 위협을 취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