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과학기술 발전 등에 필요한 인재 2000여 명을 5∼10년 안에 육성하겠다며 해외 고급 두뇌와 석학들을 영입한 프로젝트다. 노동력 대국인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을 제치고 과학기술 최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야심 찬 인적 역량 강화 프로젝트다. 중국인이 주 대상이지만 외국인도 포함된다.
▷계획 추진 4년 만에 4000여 명의 과학자가 몰리자 중국은 ‘만인(萬人)계획’으로 확대했다. 2022년까지 1만 명 유치가 목표인데 벌써 8000여 명을 불러들였다. 인기 비결은 특급 대우다. 고액 연봉에다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 원)의 생활비를 주고 주택 의료서비스 등 갖가지 혜택도 따르니 해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응모자가 쇄도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견제’에 나선 미국은 중국의 천인계획이 자국의 첨단기술을 훔쳐가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월에는 중국 정부의 연구비를 받고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을 숨기다가 검찰에 기소된 하버드대 교수 사건도 불거졌다. 천인계획 참가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제가 없는 일본은 4월에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경제반’을 신설해 안보 관점에서 기술 유출 감시를 시작했다.
▷중국은 연구개발 인력(2017년 기준)이 403만 명으로 5년 연속 세계 1위다. 중국이 단기간에 인공지능(AI)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성장한 것은 과학기술 인재를 집중 육성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려는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가. 이공계 인재를 홀대하다가는 중국의 뒤꽁무니만 쫓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