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나와 내 동기, 맞선임과 맞후임은 고생을 함께해서인지 몰라도, 10년 넘게 찐득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가 아기를 데리고 친정에 간 다음 날, 전우들을 집으로 불러 모았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동기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유튜버’가 됐다고 했다. 한참 실랑이 끝에 동기의 ‘유튜브’ 채널 제목을 알아냈다.
내 동기의 유튜브 콘텐츠는 ‘차박’(여행할 때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는 것)이었다. ‘아기공룡 둘리’에 등장하는 ‘마이콜’ 선글라스를 끼고, 말없이 자연을 벗 삼아 고기를 구워 먹거나 소주를 마시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우리는 집에 있는 TV에 동기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영상 속 우스꽝스러운 동기의 모습을 보며 놀리고 웃었다. 그러나 곧 수려한 자연의 풍경과 행복해하는 영상 속 동기의 모습을 보면서 진지하게 방송을 시청하게 됐다.
보통의 여행은 어떤 관광지가 ‘점(dot)’으로 기억될 뿐 ‘선(line)’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쿠터를 타고 했던 여행은 ‘선’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 당시의 바람, 햇볕, 풀 냄새, 노래,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지금도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빗방울 소리가 툭툭 들리는 텐트 안에서, 어떤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행복한 인생을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다짐과 달리 나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쉼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았고, 순간순간의 성취에 취했으며, 그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다른 성취를 하이에나처럼 찾았다. 근 몇 년의 삶을 돌아보면 행복했던 순간들은 많았지만, 행복이 녹아 있는 삶을 살지는 못했다. 아직 무엇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삶 또한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래도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인생에 녹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을 ‘점’이 아닌 ‘선’처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날을 맞아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조율해 봤으면 좋겠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