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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논란, 감정적 과잉 처벌은 안 된다[기고/장영수]

입력 | 2020-05-05 03:00:00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시행 후 1개월이 지난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에 대해 개정 논란이 뜨겁다. 한편으로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에 쏠린 과잉 처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김민식 군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당시에도 찬반 논란은 날카로웠다. 입법 취지는 좋으나 민식이법에 의한 처벌 수위가 다른 형벌 조항들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통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민식 군 가족들의 눈물 어린 호소가 작용하면서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졸속 입법 논란에 휘말리게 되었다. 민식이법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졸속 입법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계속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고의적 범죄와 과실로 인한 범죄의 책임을 달리 평가하는 것은 근대 형법의 기본임에도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이를 구분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어린이 사망 사고라 해도 과실범에 대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형벌은 헌법상 비례원칙에 맞지 않아 위헌 소지가 크다. 이는 일반적인 과실치사가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과실치사 및 중과실치사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비교해 과도할 뿐만 아니라 고의적인 상해로 사망이 이르게 한 상해치사의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인 것에 비해서도 무거운 것이다.

셋째,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어린이가 공을 따라서 갑자기 차도에 뛰어든 경우조차도 운전자의 과실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 민식 군의 경우도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해당 차량은 시속 23.6km로 운전 중이었으며, 민식 군이 차도에 뛰어든 것이라는 점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식이법이 국회에서 논란이 될 당시, 여론은 이 법을 국회가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법이 시행되고 나니 그 법의 문제점에 대해 논란이 많다. 과장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차 시동을 끄고 차를 밀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의 본질은 감정에 치우쳐 과잉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대적 형벌의 의미가 응보(應報)에서 교화(敎化) 내지 재사회화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범죄와 형벌의 관계를 응보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인권을 부정하고, 더욱이 과실범에 대해서까지 가혹한 처벌을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민식이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과잉 처벌보다는 민식이법의 또 다른 부분인 도로교통법 개정처럼 교통사고 예방 조치의 강화에 더 큰 의미를 두었어야 한다. 어린이 교통사고라는 불행을 막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