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안방보험에 매매계약 해지 통보
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과 체결한 호텔 매매계약서에 대한 해지 통지서를 3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 측이 호텔 가치를 손상시키는 내역과 부채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고, 정상적 호텔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며 안방보험의 과실로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안방보험이 보유한 뉴욕 JW매리엇 에식스하우스 호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리츠칼턴 하프문베이 리조트,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등을 사기로 했다. 당초 4월 17일까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두 회사 간 이견으로 계약이 미뤄져 왔다.
미래에셋의 이번 호텔 매입 계약은 한국 금융사가 해외에서 추진한 최대 규모의 대체투자로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셋그룹은 그동안 해외 대체투자 확대 전략에 따라 프랑스 파리 마중가 타워(1조1400억 원) 등 오피스 빌딩과 호텔을 적극적으로 인수해 왔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 겸 글로벌 투자전략고문이 관광 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감한 베팅을 주도해 왔다.
이번 계약 해지가 미래에셋에 차라리 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봉쇄 조치에 돌입하면서 각국 호텔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업황의 단기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인수가 이뤄졌다면 ‘승자의 저주’에 빠졌을 것이다. 미래에셋이 사실상 손을 털고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이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미래에셋대우는 당초 2조5000억 원의 인수대금 중 지분 약 15%(4899억 원)를 대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항공업계 불황이 심화되면서 인수 작업이 미뤄지고 있다.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가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호텔에 대한 투자 포기는 아시아나항공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