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8시 경 대구 북구의 칠성야시장. 방문객으로 한창 붐빌 시간대인데도 눈에 띄게 한산했다. 이날 오후 6시~11시 7000여 명만이 칠성야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하루 평균 방문객인 7만여 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음료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현아 씨(29·여)는 “처음 개장할 때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손님이 오실 줄 알았는데, 너무 없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 야시장 재개장에도 방문객 10분의 1
황금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0.4.29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 경북의 지역 경제는 골목상권부터 지역 주력산업까지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당장 전통시장, 야시장을 찾던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칠성야시장은 개장 직후에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월 21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대구의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면서 1일 재개장했다. 황금연휴 특수 등으로 움츠렸던 소비 심리가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수제꼬치 전문점 심형준 대표(29)는 “하루 매출이 기대했던 것보다 적어서 큰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걱정”이라며 말했다.
● 예년 대목 기간에 일감 줄어 폐업도
대구염색산업단지의 상황도 심각했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수출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도 넘었는데,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암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립 30년이 넘은 섬유업체 A 기업은 주로 터키 인도네시아 북미 등에 주로 수출했는데 최근 해외 거래처 일감이 끊겼다. A 기업의 기획실장은 “하루 1건은 주문이 들어왔는데 3월 넷째 주부터 주문 취소가 잇따랐다. 직원 월급을 70%만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매년 3~8월이 대목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주문량이 크게 줄면서 입주기업 대부분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전체 입주 기업 12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2곳(88%)이 ‘단축 조업 한다’고 답했다. 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아니었으면 24시간 풀가동을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8시간만 조업에 나서고 있는 것 자체가 심각한 위기다. 1일 연매출 50억 원 규모의 업체가 폐업했다”고 말했다.
대구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안경업체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1~3월 대구 안경업체의 안경테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19%(403만 달러) 줄었고, 선글라스는 34.2%(42만 달러) 감소했다.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비중이 높은데, 해외 주문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4년 창업한 B 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월 매출 7000만 원을 올렸지만 지난달 1000만 원에 그쳤다. 3월 초부터 주 거래처인 프랑스와 대만, 인도네시아 업체가 주문을 중단했다. 더 힘든 것은 대구 안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는 점이다. B기업 관계자는 “안경은 얼굴에 밀착하는데,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발생한 대구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로 주문을 꺼리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매출 취업 감소로 포항, 구미도 비상
구미 국가산업단지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근로자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1~3월까지 구미지역 누적 취업자는 1만3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843명보다 9.8% 감소했다. 경북도는 최근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민관 협력 체제를 가동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피해 규모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전례 없는 위기”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