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民心의 부정확한 분석… 또 다른 정치 실패 낳을 우려 민주당 너무 의기양양하게 해도, 통합당 너무 의기소침하게 해도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 안돼
송평인 논설위원
경고는 있었다. 지난해 8월 한국정당학회 토론회에서 영남대 정준표 교수가 알바니아 사례를 거론하면서 위성비례정당 등장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보다 앞서 2018년 11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선거제도 개혁 관련 공청회’에서 경북대 강우진 교수가 비슷한 경고를 보냈다. 다만 대학총장까지 지낸 그 질문자조차도 정치학계가 미리 경고하지 못했다고 느낄 정도로 경고의 목소리는 미약했다.
정치적 의제를 공론화할 적합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신문에 칼럼을 쓰는 정치학자들일 터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성비례정당을 경고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이미 물 건너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계속 거론하며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폐쇄적 양당 구조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라는 찬사로 일관했다. 어떤 이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판했지만 많은 비판 내용 중에 단 하나 위성비례정당에 대한 경고만 없었다. 어떤 이는 아예 이 주제를 무시했다.
한 정치학자는 총선 직후에 쓴 칼럼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난 3년간 보수정파에 대한 지지율은 20% 전후에 머물러 있었지만 있지도 않은 숨은 보수를 만들어내며 촛불 집회 이후의 변화된 현실을 부정했던 결과가 오늘날 이런 선거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자답지 못한 안이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총선 직전의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각각 29.5%와 23%였다. 총선 직후의 조사에서는 각각 27.7%와 22%였다. 실제 투표에서 통합당은 41.4%를 득표했다. 여론조사 회사 측은 정당지지도 조사는 전 유권자를 모집단으로 하고, 득표율은 투표한 유권자만 모집단으로 하기 때문에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통합당은 41.4%를 득표했지만 투표율은 66.2%에 그치므로 곱하면 얼추 27%의 지지도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더불어민주당은 49.9%를 득표했으므로 33%의 지지도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총선 전후 그 지지도는 5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온다. 문제는 민주당의 지지도는 실제 득표와 비슷한데 통합당만 15∼20%포인트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회사들은 지금도 정당지지도 조사를 계속 발표한다. 가짜 뉴스는 가짜 뉴스로 끝나지만 가짜 여론조사는 그것을 인용한 수많은 가짜 분석을 생산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정치 분석의 중요한 기초 자료다. 정치학자라면 가짜 여론조사를 인용해 가짜 분석이나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일본의 정치 여론조사는 어떻게 무려 40∼60%의 높은 응답률을 끌어내는지 알아내서 고작 5∼10% 수준인 한국 정치 여론조사의 낮은 응답률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
4·15총선은 코로나19라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변수로 인해 문재인 정권 3년에 대한 중간평가가 되지 못했다. 민주당을 필요 이상으로 의기양양하게 하는 것도, 통합당을 필요 이상으로 의기소침하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총선 압승을 문재인 정권에 대한 긍정 평가로 여겨 유턴하지 않고 직진하면 중국발 입국 금지를 주저하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처럼 경제와 안보의 파탄을 피할 수 없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를 정권 견제에 대한 부정 평가로만 여겨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반대와 찬성을 오간 ‘샤워실의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민주당의 오버슈팅도 통합당의 오버슈팅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니 정치학자들의 오버슈팅이야말로 바람직하지 않다. 정확한 자료에 의해 민심의 분량을 정확히 계산해주는 것이 향후 또 다른 정치의 실패를 막기 위한 정치학자들의 과제일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