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동 경제부 차장
기업 부도와 실업을 막기 위한 방안들도 마찬가지다. 가령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회사채를 대신 사주고 그런 금융기관에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2008년에도 했던 일들이다. 직원을 내보내지 않는 대가로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곪은 상처를 한번에 도려내기보다는 “상황이 급하니 일단은 모두 살리고 보자”는 접근 방식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구조조정보다는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은 경제 불안 심리를 줄여 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쏟아붓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기지표를 떠받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를 잘 활용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위기 극복의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 임기 중 145회의 비상경제회의를 열어가며 고강도 대책을 쏟아낸 결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례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그 위기 극복 매뉴얼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은 현 정부도 코로나19의 방역 성과를 토대로 주요국 중 경제 타격을 가장 작게 입은 국가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자신감이 커진 문 대통령은 “K방역에 이어 K경제까지 위기 극복의 세계 표준이 되겠다”는 선언도 했다.
지금까지 강력한 긴급 처방으로 위기에 처한 가계와 기업을 구했다면, 이젠 머지않은 시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올 것이다.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이 정부가 할 일이다. 마침 문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은 과거의 해법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만 잘해도 이 정부의 많은 경제 실정(失政)은 상당 부분 잊혀질 수 있을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