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500대 기업 연봉을 분석한 결과 임원을 제외한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그룹 지주사인 KB금융(1억3340만 원)이었다. 하나금융지주도 1억2280만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지주사는 직원 수가 적고 간부의 비중이 커 평균 연봉이 높다. 업종별로 봤을 때 증권사(1억430만 원), 은행(9200만 원)도 대기업 평균(7920만 원)보다 연봉이 각각 32%, 16% 높았다. 한국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인 직장인은 2018년 기준 49만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3.2%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연봉 일자리’인 금융권이 정보기술(IT)과 핀테크 발전으로 대면업무가 줄어듦에 따라 일자리도 감소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6개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0.9%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는 금융권 일자리를 더 줄일 수 있다.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이 공채를 진행 중이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하반기로 일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에서도 ‘여섯 자릿수 연봉(six-figure income)’, 즉 10만 달러(약 1억2260만 원)는 고연봉자를 구분하는 전통적 기준이다.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 수표(stimulus check)’를 연봉 9만9000달러 이하 직장인에게만 지급하는 것도 10만 달러 이상을 고소득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93.6%가 수표를 받았다.
▷갈수록 높은 연봉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할 텐데 현실은 정반대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연봉 업종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들어가는 문도 좁아지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과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 작년 3만2047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월급쟁이에겐 기운 빠지는 현실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