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아칸소주 가시면류관 채플
채플 내부에서 숲을 바라본 모습. 공사할 때 숲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얇은 나무 각재를 손으로 운반해 와 채플을 지었다. 숲속에 있는 하나의 건물이자, 숲과 하나인 건물이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미국 시골에 있는 작은 건물 하나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답한다. 이 작은 건물은 미국을 호령하는 뉴욕주나 캘리포니아주에 있지 않고 중부의 시골 주인 아칸소주에 있다. 건물은 유레카 스프링스(eureka springs) 숲속에 위치한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정년퇴임을 한 짐 리드는 도시와 동떨어진 숲속에 자기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작은 채플을 짓고자 했다. 리드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영혼의 평안과 느긋함을 얻어가길 소망했다.
존스는 토목 장비와 구조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장비를 필요로 하는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 대신 인부들이 숲 사이로 구조재를 손으로 운반할 수 있게 작은 사이즈의 나무 각재를 구조로 사용했다. 문제는 지붕이었다.
건물의 길이(18.3m)와 폭(7.3m), 높이(15m)가 작지 않아 나무 각재로 지붕 구조인 트러스(truss·나무 각재를 삼각형으로 반복해서 뼈대를 짜는 방식)를 짜야 했는데 존스는 그런 실용적인 해법이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온 작은 구조 디테일이 이 집의 주제가 되었다.
채플 중앙 통로에서 위를 바라보면(그림 참조) 보이는 X자형 나무 구조재 중앙에 그 디테일이 있다. 속이 빈 마름모를 중앙에 두고 그 도형 각 변에서 철판이 두 개씩 뻗어 나와 나무 각재를 붙잡는다. 이 X자형 나무 지붕 구조 단위는 중앙 통로 방향을 따라 반복하며 지붕을 지지하고 높은 벽이 쓰러지지 않게 붙들어 준다.
십자형 나무 구조가 모이고 반복하며 지붕 얼개를 만드는 모습이 건물 밖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나무가 아닌 부분은 425개의 유리로 채웠다. 그로 인해 유리 너머의 숲과 소나무 내부가 하나가 된다.
시공 중간 즈음에 시공비가 부족해 공사가 올스톱했다. 주변 친구들과 은행은 이 사정을 외면했다. 리드는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일주일 뒤에 시카고에 사는 어느 한 부인이 편지 봉투에 꼭 맞는 돈을 넣어 보냈다. 이 훈훈한 뒷이야기도 ‘가시 면류관 채플(Thorncrown Chapel)’을 위로 건축의 걸작이 되게 하는 데 일조한다. 지난 40년간 700만 명 이상이 이곳을 방문해 위로를 받았다.
요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헬스장 주인 임차인들이 매출이 미미해 건물주들을 찾아가 대면하고 사정을 이야기 하면 임대료를 50% 깎아 주는 건물주가 있는가 하면 관리비까지도 50% 깎아 주는 건물주도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위로의 건축을 실천하는 분들이 있어 훈훈하다. 건물주가 다수인 대형 리츠형 건물의 경우도 두세 달간만이라도 이런 위로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