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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기존 강자 vs 오프라인 대기업 vs 공룡 포털 ‘패권 전쟁’[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0-05-06 03:00:00

커지는 e커머스시장 뜨거운 경쟁




조윤경 산업2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는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전까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로 장을 보던 이들도 감염을 우려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마저 휴대전화를 붙잡고 생존 소비를 하는 등 온라인 쇼핑 경험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은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 됐다.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시장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1∼3월)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7.6% 감소했지만 온라인은 16.9% 상승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올해 2월 이후 낙폭이 점차 커진 반면 온라인은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언택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전통 e커머스 사업자뿐 아니라 대형 포털 사이트나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10년은 소셜커머스에 뿌리를 둔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티몬 등 전통 e커머스 업체가 온라인 쇼핑 시장을 주도해 왔다. 앞으로는 오프라인 시장을 주름잡던 롯데와 신세계 등 대기업과 정보기술(IT) 대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포털 사업자까지 더해져 크게 3개 축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코로나19에 나홀로 실적 날개 단 e커머스

지난달 23일 네이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1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한 네이버는 쇼핑에 최적화된 플랫폼 환경과 네이버페이를 무기로 올 1분기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달성했다. 네이버페이 월 결제액은 올해 1∼3월 5조 원을 돌파했으며, 월 결제자 수는 약 1250만 명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 스마일페이와 쿠팡 쿠페이의 회원 수는 각각 약 1450만, 약 1000만 명 이상으로 네이버와 규모 면에서 엇비슷하다. 각 업체들에선 정확한 전체 회원 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3조 원 규모로 성장한 선물하기 시장을 거의 독식한 상황이다.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61억, 757억 원이다.

전통 e커머스 업체들도 다년간 온라인 쇼핑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온 덕분에 최근 들어 수익성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쿠팡은 그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적자 규모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줄였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7205억 원으로 전년(약 1조1280억 원)보다 약 4000억 원 줄었다. 매출액은 7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2% 증가했다.

또 다른 e커머스 업체 티몬 역시 올해 3월 처음으로 월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오픈마켓 형식의 G9,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615억 원이었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 흑자를 냈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하나로 통합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출시와 O2O(Online to Offline) 전략으로 e커머스 강자들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업 중 가장 빨리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SSG닷컴(쓱닷컴)은 지난해 거래액이 2조8732억 원으로 올해 3조6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 당시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 전문 회사와 함께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수요를 감당했다. 쓱닷컴은 현재 자체 배송 차량 증차,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자동화로 책임지는 풀필먼트 스토어 ‘네오’ 추가 건설 등으로 배송 가능 물량을 늘리는 중이다.

롯데는 지난달 27일 롯데쇼핑 7개 계열사를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온·오프라인에서의 경계 없는 쇼핑·결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주 방문하는 오프라인 점포의 이벤트 정보나 라이브 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배송 형태도 새벽배송, 바로배송, 스마트픽 등으로 다양화했다.

○ 각각 보유한 장점 달라 예측할 수 없는 승부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 규모는 세계 5위로 4위인 영국과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시장 진입자는 점차 늘고 있지만 시장 규모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나눠 먹을 파이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15%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단일 플랫폼으로는 쿠팡이 10%대로 가장 높고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 등이 뒤를 잇고 있다.

각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자신들의 장점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한 물류 인프라가 강점인 만큼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센터 건설 등 인프라 투자로 적자를 내고 있지만, 유통 대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빠른 시간 안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등 전국에 1만5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 중이다. 기존 롯데 계열사의 3900만 명에 달하는 회원과 이들의 구매 데이터도 유통 공룡만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신세계의 쓱닷컴은 해외 명품 브랜드 공식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극신선’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거대한 플랫폼 이용자 수를 앞세워 쇼핑 및 페이 분야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네이버는 쇼핑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결제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한편 쇼핑 플랫폼 내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네이버만 할 수 있는 금융 상품 도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네이버 측은 “유통 대기업, e커머스 강자인 쿠팡 및 이베이와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쇼핑은 빅데이터,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시켜 데이터 커머스 기반의 쇼핑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티몬과 같은 e커머스는 오랫동안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선보인 만큼 나름대로 충성 고객군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코로나19로 더욱 확대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 수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두 회사 모두 자사 간편결제 사용처를 늘리며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 보험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 물류 인프라뿐 아니라 쇼핑 콘텐츠까지 갖춰야

업계에선 각각의 사업자들 모두 장단점이 분명해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면서 온라인 쇼핑 회사로서 체질 개선에도 나서야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전시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배송·물류 인프라, 쇼핑 편의성, 충성 고객, 수익성 등을 모두 확보해야만 지속 가능하게 사업을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시작한 롯데와 신세계는 빅데이터 활용 역량 등 e커머스 업계가 지난 10년 동안 쌓아 온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은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서비스업이고, 온라인 유통은 데이터 기반의 물류택배업으로 볼 수 있다”며 “인수합병(M&A) 없이 기존 인력만으로 출범한 유통 대기업의 경우 우선 민첩하고 수평적인 IT 회사로의 기업문화 전환에도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과 이커머스 역시 약점은 있다. 포털은 경쟁사 대비 물류 기반이 아직 약하고 e커머스 업체는 대기업과 같은 넓은 스펙트럼의 상품 구색이 부족한 편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 중에는 아직 e커머스를 통해 공산품 등 늘 사던 제품만 사는 이들이 많다”며 “신선식품부터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상품을 소싱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결국 전통 e커머스와 포털,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이 서로를 벤치마킹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비슷한 서비스와 모델로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합된 모델로 누가 먼저 많은 회원을 끌어모으는지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오프라인의 구분조차 없어지는 지금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큰 의미가 없다”며 “각자의 개성은 결국 융합될 것이고, 고객을 얼마나 많이 끌어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윤경 산업2부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