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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만, 맛이나 보자” 한국의 음식 공유 문화에…외국인들 반응은

입력 | 2020-05-06 17:50:00

사진 출처 픽사베이


포르투갈인 세르지오 멘데스 씨(38)는 2018년 한국인과 결혼한 뒤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다. 주 요리와 샐러드 위주로 단출하게 구성된 포르투갈 식단과 달리 푸짐한 반찬이 나오는 한식에 빠졌다. 그러나 여럿이 ‘공용 반찬’을 함께 먹을 땐 망설여진다. 포르투갈에선 모든 공용 음식에 ‘서빙 스푼’을 따로 두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에서 가장 놀란 곳은 고깃집이다. 손님들 상당수는 집게를 사용했지만 일부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에 넣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뒤집었다. 부모가 쓰던 젓가락으로 자녀에게 반찬을 떠주는 모습도 낯설었다. 멘데스 씨는 “포르투갈에선 개인이 쓴 칼이나 포크로 함께 먹는 음식을 집지 않는 게 기본적인 식사예절이다.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집어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만난 외국인들은 메인요리부터 반찬까지 다양한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의 식사문화를 나름대로 즐겼다. 다만 음식을 나누는 방식에선 위생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자 따로 먹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동양권이라도 개별식사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음식을 공유하는 한국 식사문화에 거리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본에선 찌개를 조리할 때도 채소, 고기 등 개별 식재료마다 집는 젓가락도 따로 쓴다.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공용 국자와 젓가락으로 따로 덜어먹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에 여러 차례 여행을 온 니시하마 아케미(70) 씨는 “한국식당에 처음 갔을 때 여러 사람이 하나의 찌개에 수저를 넣어 먹는 모습에 적응이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본에선 반찬도 1인분씩 따로 나오는 게 보통이라 함께 나눠먹지 않는다”고 했다

식당 밖에서도 한국인은 음식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이른바 ‘한입만’ 문화다. 커피나 음료를 한 모금 달라고 하거나, 나눠먹는 게 보통이다. 각자 시킨 요리도 “맛이나 보자”며 나눈다. 정(情)이 넘치는 풍경일 수 있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에서는 위생상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 생활 2년차인 메르카도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념통 등 테이블 위 공용물품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식탁 위에 소스를 비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에선 양념통을 개인용인 것 마냥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모로코에서 온 리티 아벨라 양(18)은 “순댓국 식당에서 자신의 숟가락으로 양념을 뜨는 모습을 봤다. 국물 재료가 양념통에 묻어 있는 걸 본 이후로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하다 위생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 테이블에 수저통을 비치한 식당에선 종종 한 사람이 수저를 뽑아 나눠준다. 한 사람이 컵을 모아 물을 따른 뒤 동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이때 다른 사람의 식기에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 일본인 사쿠라 씨(27·여)는 “일본에선 수저를 종이에 포장해 음식과 함께 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식기를 만질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전통 식사문화가 바뀌는 건 아쉽지만 약간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멘데스 씨는 “정이 가득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잃는 건 아쉽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비위생적으로 비춰지는 점을 바꾸면 한국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더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