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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25년간 혈액투석 50대, 신장이식 받고 새 삶

입력 | 2020-05-07 03:00:00


4일 박근명 인하대병원 교수(왼쪽)가 지난해 12월 중순경 기증자의 도움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A 씨(오른쪽)와 수술 후 신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30대 초반부터 신장(콩팥)이 좋지 않아 말기신부전을 앓아온 A 씨(58·여)는 25년간 인하대병원에서 투석을 받았다. 오랜 기간 투석을 받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A 씨는 기증자가 나타나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를 넘기면서 신장이식을 포기했다.

그러다 2016년 인하대병원의 권유로 신장이식 대기자로 등록을 했다. 4년 만인 지난해 12월 인하대병원에서 뇌사 기증자의 ‘신장이식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신장 기증자가 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부작용을 우려해 선뜻 결정을 못했다. A 씨는 주치의 박근명 인하대병원 교수(외과) 등 의료진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 ‘투석’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순경 이뤄진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직후 몸이 붓는 등 힘든 과정도 있었지만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고 인하대병원 의료진을 믿었다. 이식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난 현재 A 씨의 신장수치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특별한 합병증 없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만성신부전(콩팥병)은 3개월 이상 신장이 손상돼 있거나, 신장 기능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신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장기다. 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노폐물이 쌓이고 다른 장기의 상태를 나쁘게 해 건강한 삶은 물론이고 생명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을 ‘사구체 여과율(GFR)’이라고 하는데 이 기능이 15% 밑으로 떨어지면 A 씨와 같이 말기신부전이라고 진단한다.

인하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5년 11월 15일 문을 열었다. 개소 후 5월 초 현재 총 118명이 인하대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박 교수가 87명의 신장 이식수술을 담당했다. 센터는 외과와 신장 내과, 코디네이터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결과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다. 이식을 받은 환자와 24시간 유기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응급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장기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추모 공간인 ‘기증자 추모 현판’을 병원 내에 마련하는 등 생명 나눔 문화의 사회적 확산에 힘쓰고 있다.

말기신부전 진단을 받으면 투석이나 신장이식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따라서 신장질환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을 싱겁게 먹고 콩팥의 상태에 따라 수분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고혈압과 당뇨병 등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신장 기능을 나빠지게 하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술은 하루 1∼2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식욕이 없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몸이 붓는다면 신부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평소와 다르게 소변이 너무 자주 나오거나 반대로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발생하면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환자는 주기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신장 합병증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신부전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한국은 높은 의료 수준과 면역억제제의 발달로 신장이식수술의 성공률이 99%에 달하고 이식된 신장의 평균 생존 기간도 15년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신장 기증을 받으려면 오랜 세월 동안 대기해야 한다”며 “장기 기증자에게는 사랑을 나눈 고귀한 실천이고 이식을 받으신 분은 새로운 삶을 얻는 희망인 만큼 사랑의 실천과 희망이 연결될 수 있도록 인하대병원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