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교수(오른쪽)와 이정희 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부는 거의 매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건강을 챙기고 부부애도 쌓는다. 부부가 2004년부터 함께 완주한 풀코스만 310회에 이른다. 김동호 교수 제공
양종구 기자
부부가 마라톤에 빠진 계기는 평범했다. 김 교수는 2003년 매일 아침 출근 전 찾던 수영장이 갑자기 폐쇄되자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 달리기를 선택했다. 때마침 갱년기를 앞둔 이 원장도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김 교수는 “쉽고 다른 준비 없이 그냥 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였다”고 말했다.
시작에 비해 적응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이 원장은 물론이고 수영과 스키, 제트스키, 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던 김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달린 첫날 1km를 넘기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하지만 부부는 실망하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을 뛰었고 피트니스센터를 찾기도 했다.
풀코스 완주는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줬다. 우선 성취욕과 자신감이다. 그 맛에 부부는 매년 풀코스 5, 6회를 완주했다.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 출신들로 구성된 ‘휘문고마라톤동호회(휘마동)’에 가입한 2010년부터 김 교수는 거의 매주 풀코스에 출전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2012년, 이 원장은 2014년에 풀코스 100회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기록 행진은 이어져 2016년에 김 교수는 300회, 이 원장은 200회를 완주했다.
신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김 교수는 “체력이 좋아지고 면역력도 생기면서 잔병치레가 사라졌다”며 “조금만 피곤하면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기는 헤르페스바이러스를 달고 살았는데 싹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집안 내력인 당뇨병을 우려해 먹던 약도 끊을 수 있었다. 이 원장은 “여자들이 갱년기 폐경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하는데 난 전혀 모르고 살았다”며 “무엇보다 체중 관리에 달리기는 최고였다”며 웃었다.
부부 싸움도 줄었다. 부부는 “대회에 함께 참가하기 때문에 말싸움을 해도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며 “힘들게 함께 달리다 보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쌓인 부부의 금슬은 지인 달림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김 교수의 최고 기록은 3시간 53분, 이 원장은 3시간 46분이다. 이젠 기록에 욕심내기보다는 4시간 30분에서 5시간에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즐긴다. 이 원장은 “초기엔 매일 5∼10km를 달리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했다”며 “요즘은 평일엔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주말에 풀코스를 완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릎이 좋지 않아 풀코스를 거의 달리지 않았던 이 원장은 스트레칭 체조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운 뒤 최근 다시 풀코스 도전에 나섰다.
당초 70세까지만 달리려고 했다는 김 교수는 “지금 50대 때보다 체력이 좋다”면서 “80세까진 달리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 원장도 “달리기가 최고의 운동이라는 것을 체득하고 있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남편과 함께 계속 달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100세 시대, 운동은 함께 할 때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함께하는 파트너가 남편과 아내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