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성폭행 가해자 혀 깨물어… 정당방위 인정 못받고 6개월 수감 “억울함 풀어달라” 회견서 호소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70대 여성이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말자 씨(74·여)는 6일 정당방위와 무죄를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재심 신청서를 부산지방법원에 냈다. 최 씨는 18세였던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 씨(당시 21세)에게 저항하다 노 씨의 혀를 깨물어 1.5cm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6개월간 구속 수감됐다. 이듬해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수사 당시부터 재판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부산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 관계자 150여 명은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라도 정당방위를 외쳤던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고 여성의 방어권 인정과 56년 전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재심 개시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부산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최 씨는 사건 이후 ‘(노 씨와) 결혼하면 간단히 끝나지 않느냐’ 등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노 씨는 사건 이후 최 씨의 집을 찾아 책상에 흉기를 꽂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노 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징역 8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노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해자인 노 씨가 피해자인 최 씨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은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장소와 집이 불과 100m 거리이고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들릴 수 있었다. 혀를 깨문 최 씨의 행위는 방어의 정도를 지나친 것”이라고 밝혔다.
최 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다. 당시 검찰은 피해자에게 구속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지 않고 불법 감금했다. 조사 내내 고의로 혀를 절단한 것이 아니냐며 자백을 강요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