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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봉현 “55억 현금 가방 끌고다니다 허리 다쳐”

입력 | 2020-05-07 03:00:00

5만원권 담긴 캐리어 3개 105kg… 체포 열흘전 이삿짐보관소에 숨겨
윗옷속 열쇠 용도 추궁해 돈 압수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이 체포 열흘 전 은닉한 현금 55억 원을 경찰이 찾아내 검찰에 넘긴 사실이 6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7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한 이삿짐보관센터에서 김 전 회장이 맡겨 둔 여행용 철제 캐리어 3개와 현금 1000만 원을 압수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업체에 매달 25만 원을 내고 짐을 맡길 3.3m² 공간의 컨테이너를 빌렸다고 한다. 경찰이 이 컨테이너를 열었을 때는 여행용 철제 캐리어 3개와 5만 원권 다발 200장(1000만 원어치)이 방치돼 있었다. 경찰이 캐리어 3개를 열자 그 속에는 5만 원권 10만9800장(총 54억9000만 원)이 추가로 빼곡히 담겨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중순 이삿짐보관센터를 직접 찾아 캐리어와 사물함 등을 맡겼다고 한다. 경찰에서 김 전 회장은 “도피자금인데, 돈이 든 무거운 가방을 가지고 은신처를 여러 차례 옮겨 다니다가 허리를 다쳤다”면서 “할 수 없이 지난달 이삿짐보관센터를 찾아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5만 원권은 2009년 6월부터 발행됐다. 1만 원권보다 부피가 다소 작아 007가방을 5만 원권으로 가득 채우면 3억 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면박스는 6억 원, 사과박스는 12억 원 정도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여행용 캐리어는 사과박스보다 부피가 더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용 캐리어 한 곳에 돈을 담으면 무게가 너무 무거워 옮기기가 쉽지 않아 김 전 회장이 캐리어 3곳으로 나눠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 원권 지폐 한 장의 무게는 0.965∼0.975g가량이다. 1억 원은 5만 원 권 2000장으로 무게는 약 1940g 정도다. 54억 원은 약 104.76kg이다. 캐리어를 3곳으로 나누면 개당 34.9kg 정도가 된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인수하려던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올 1월 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김 전 회장은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42·수감 중) 등과 함께 숨어 지내다가 지난달 23일 잠적 107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빌라에서는 현금 4억 원이 든 가죽가방과 빌라 곳곳에 흩어져 있던 현금 1억3000만 원이 함께 발견됐다. 이삿짐 보관센터의 컨테이너에서 찾은 돈과 합치면 모두 60억 원이 넘는 돈이다. 90일 넘게 이 캐리어를 들고 다니면서 도피 생활을 하던 김 전 회장이 허리를 삐끗해 이삿짐센터를 찾은 것이다. 경찰은 체포 당시 김 전 회장의 윗옷 주머니 속에서 열쇠 한 개를 찾아냈다.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열쇠의 용도를 추궁하다가 현금을 숨겨둔 이삿짐 보관센터의 위치를 경찰이 알아냈다고 한다.

라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김 전 회장이 도피 도중 스타모빌리티 직원을 시켜 주기적으로 차명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도록 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회장의 차량 운전사였던 성모 씨는 검찰에서 “김 전 회장에게 주기적으로 차명 휴대전화를 전달했다. 여의도 C호텔 버스 정류장 앞에서 김 전 회장의 연락을 받은 또 다른 남성에게 차명 휴대전화가 든 종이봉투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성 씨는 또 “비밀 메신저인 와츠앱으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는데, 김 전 회장으로부터 휴대전화 4대를 전달받아 한강에 버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성 씨가 차명 휴대전화로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사장 등이 도피 도중 연락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강승현 / 수원=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