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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왔다… ‘빠던’도 왔다” 한국 개막일 홈런 폭발에 재조명

입력 | 2020-05-07 03:00:00

메이저리그선 금기인 ‘배트 플립’
“무례라기보다 예술행위로 여겨”




‘야구가 돌아왔다. 방망이 던지기도 돌아왔다.’(미국 CBS스포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5일 개막한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가 세계 야구팬들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큼지막한 타구를 친 타자들이 짜릿한 손맛을 본 뒤 배트를 던지는 일명 ‘빠던’(‘빠따’ 던지기의 줄임말)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배트 플립(Bat Flip)’으로 불리는 빠던은 비신사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타자가 홈런을 친 뒤 이 행동을 하면 다음 타석에서 빈볼을 각오해야 한다. KBO리그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 투수들은 종종 빠던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KBO리그 NC에서 3시즌을 뛴 뒤 MLB로 복귀한 에릭 테임즈(워싱턴)는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배트 플립은 한국 야구 특유의 문화다. 한국 타자들은 스윙 후 더그아웃을 향해 배트를 그대로 던지곤 한다. 만약 이곳(메이저리그)에서 그랬다면 바로 옆구리에 공이 날아올 것”이라고 했다.

ESPN이 KBO리그의 ‘빠던’을 소개한 기사에 나온 박병호의 타격 뒤 모습. 국내에서 뛸 때는 방망이를 던졌지만(왼쪽)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서 활동할 때는 배트 플립을 자제했다. 사진 출처 ESPN 홈페이지

2012년 빅리그 데뷔 뒤 줄곧 워싱턴에서 뛰었던 브라이스 하퍼(27)는 2019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필라델피아로 떠났다. 그가 지난해 4월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워싱턴의 안방구장을 찾았을 때 관중은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하퍼는 8회 마지막 타석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린 뒤에 보란 듯이 빠던을 선보였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MLB 타자들은 대개 홈런을 친 뒤 배트를 얌전히 내려놓고 베이스를 돈다.

반면 한국에서 빠던은 볼거리 중 하나로 여겨진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 때 4-3으로 앞선 9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오재원(두산)은 외야를 향해 큰 타구를 친 뒤 빠던을 선보였다. 타구는 비록 중견수에게 잡혔지만 팀 승리를 확신하는 세리머니에 한국 팬들은 환호했다. 2013년 롯데 전준우가 홈런인 줄 착각하고 선보인 멋진(?) 빠던은 미국에도 크게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5일 자신의 트위터에 KBO리그 소개 영상을 올린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의 무키 베츠(LA 다저스)는 전준우를 ‘배트 플립의 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5일 ESPN은 한국 야구를 소개하며 “한국에서 배트 플립은 무례(Disrespect)라기보다 예술행위(Art)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NC와 삼성의 대구경기는 ESPN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중계진은 모창민이 6회초 홈런을 터뜨린 뒤 방망이를 내던지자 “올해 첫 배트 플립이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 덕분에 ‘월드스타’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다는 모창민은 6일 취재진 앞에 “(빠던을) 의식해서 한 건 아닌데 이슈가 될 줄 몰랐다. (빠던에 대한) 부담은 없다. 미국이었다면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겠지만 여기는 한국이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투고타저의 시즌이었다.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지며 2018년(1756개)에 비해 홈런이 40% 이상 감소(1014개)했다. 이에 타자들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히팅 포인트’(투수가 던진 공을 맞히는 지점)를 앞쪽에 두고 타격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기술적으로 최대한 힘을 실어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한 노력이다.

타자들의 땀방울이 벌써부터 효과를 보는 것일까. 개막 이후 이틀 동안 총 22개(10개, 12개)의 홈런포가 터졌다.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나왔던 2018시즌의 개막 이틀간 홈런 성적(21개)보다도 1개 많다. NC는 이틀 동안 10개 팀 중 가장 많은 홈런포(5개)를 터뜨리며 개막 2연승을 달렸다. 해외 야구팬들이 한국산 ‘빠던 아트’를 볼 기회가 더 많아진 셈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