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KDI “코로나로 취업 때놓친 청년, 경력-임금손실 장기화 우려”

입력 | 2020-05-07 03:00:00

취업 1년 지연되는 청년들, 향후 10년간 임금 4∼8% 낮아
눈높이 낮춰 취업땐 이직 등 제약
청년취업난 수년째 누적돼 외환-금융위기때보다 더 심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층의 고용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취업 시기를 놓친 청년들이 향후 오랫동안 막대한 임금과 경력 손실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업 연령인 사람들의 사회 진출이 집단으로 늦어졌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발 경제위기도 또 다른 ‘잃어버린 세대’를 배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취직 1년 지연 시 10년간 임금 최대 8% 줄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고용 위축이 나타나는 가운데 신규 구직 계층인 20대 청년들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상당수 국내 기업이 신규 채용을 미루거나 축소한 데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청년층에게는 이번 충격이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나타나며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줄 것으로 봤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IMF 세대’, 2008년 ‘금융위기 세대’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청년층 고용 타격이 상대적으로 컸고 회복도 매우 느리게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3월) 청년층 고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전체 연령대 고용률의 감소폭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올해 3월에도 청년 고용률(41.0%)이 1년 전보다 1.9%포인트 내려가는 등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위기로 인한 청년들의 충격도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뮬레이션 결과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이 1년 늦어지면 또래 근로자보다 직장생활 첫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통상 직장생활 초반에 임금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이때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임금 손실이 지속적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경기 악화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면 향후 직장 선택에 제약이 많아져 계속 낮은 임금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 수년째 누적된 취업난에 코로나 덮쳐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부터도 청년 취업난이 수년째 누적돼 왔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본다. 외환위기 때 급상승한 청년 실업률은 2000년 2월(10.1%) 이후 한 자릿수를 유지해 왔지만 2014년 이후 다시 1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깊어진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19 충격까지 겹치면서 청년 일자리 사정의 회복은 당분간 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위기의 충격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를 능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IMF 세대’인 1997, 1998년 졸업자들은 졸업 후 약 6년이 지나서야 1995, 1996년 졸업자와 1999, 2000년 졸업자의 월평균 임금 수준을 따라잡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세대는 그 격차를 해소하는 기간이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한 연구위원은 “실업급여 등 정부의 각종 복지 대책에서도 미취업 청년은 배제되기 쉽다”며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에 주는 채용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