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진학이 목표인 중3 자녀를 둔 김모 씨(47)는 최근 자녀와 함께 원서접수 마감일을 챙기느라 바쁘다. 평소였다면 3월 개학을 한 뒤 4월 중순 영재학교에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5월경 시험을 치렀을 것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가 연기되면서 대부분 영재학교의 원서접수 마감일도 5월 초중순으로 밀렸다. 중3 개학은 5월 20일이어서 등교개학보다 원서접수 마감이 빠른 곳도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사상 초유의 학사일정 변동으로 많은 중3, 고3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등교가 늦춰지면서 중간·기말고사는 물론이고 입학원서 제출 일정까지 크게 달라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예년과 다른 입시 스케줄들을 꼼꼼히 살피고, 특수 상황에 따른 입시 포인트를 숙지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입시의 기본은 한 해의 스케줄을 꼼꼼히 챙기는 것. 수개월에 걸쳐 ‘입학원서 제출→서류 제출→시험→면접→합격자 발표’ 등의 단계를 빠짐없이 밟아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날짜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올해는 학사·입시 일정 확인이 더욱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등교개학이 연기되고 집합형 시험이 대부분 취소된 탓에 일정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영재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중3들은 등교수업이 시작되는 이달 20일 전부터 각자 원하는 곳에 입시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4월 말∼5월 초에 원서 접수가 끝난 학교들도 있다. 7일에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8일엔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원서 접수가 마감된다.
서류평가 합격자가 발표되고 나면 전국 8개 영재학교가 ‘2단계 전형’을 실시한다.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와 영재성 검사를 하는 이 전형은 다음 달 14일 8개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 학사일정이 늦춰지면서 중간고사를 6월 초·중순에 치르는 학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간고사를 보자마자 곧장 2단계 전형을 치러야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중간고사 직후 2단계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선 과거 기출문제들을 많이 풀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및 일반 명문고 선호 현상이 다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대입에서 정시선발 비율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정시 진학 실적이 좋은 학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대부분의 학교가 중간고사보다는 기말고사 비중이 클 것”이라며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1학기 성적을 결정짓는 ‘기말고사’에서 집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올해 고3들의 입시 성과를 좌우하는 열쇠는 3학년 1학기 교과 성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등교개학이 두 달 가까이 미뤄지면서 학내 자율동아리나 수행평가 활동이 거의 없었고 4, 5월에 진행되는 각종 경진대회들도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1학기 학교생활의 가늠자가 사실상 중간·기말고사 성적뿐이다. 특히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단순 성적뿐만 아니라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상승세’가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나는지도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1, 2학년 동안 우수한 내신 성적을 쌓아온 학생이라면 3학년 때 굳이 비교과 활동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통상 학생부종합전형에 응시하려는 수험생들은 교과 성적 이외에도 진로 적합성을 보여줄 만한 각종 활동도 분주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서울 4년제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이번 1학기는 뚜렷한 활동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대학들이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무리하게 활동내역을 과장하는 경우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등교개학 이후 예정된 전국단위 학력평가는 총 5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예측해볼 수 있는 근거자료지만, 올해는 미뤄진 일정으로 인해 시험 간 간격이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해당 시험 성적만 가지고 수능 성적을 가늠해보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학생부 교과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종합적으로 따져 수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수시 자기소개서는 지난해 문항을 참고해 지금부터 초안을 미리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