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정체성 다룬 두 소설 나란히 출간 김봉곤 ‘시절과 기분’ 김병운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김봉곤 작가는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통해 국내 문단에서 생소하던 퀴어문학을 섬세하고 감수성 넘치는 문장으로 그려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첫사랑, 첫 연애, 첫 키스의 순간들을 날카롭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낸다.
표제작인 ‘시절과 기분’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여자친구 혜인과 재회하게 된 일을 다룬다. 혜인에게만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직접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만난 뒤에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혜인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으며, 지금 찾았다고 믿는 새로운 나는 누구일까. 혼란 가운데서 ‘나’는 “뛰는 심장의 무늬를 구별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소설집 수록작들은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면서도 용기를 내야만, 결단을 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진짜 나’를 찾아가는 탐색의 여정이다.
원치 않는 배역을 기계적으로 연기하고, 가족과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며 성(性) 정체성 문제에 깊이 갈등한다. 작가는 간결하고 드라이하게 그가 용기를 내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지 못하는 한 배우의 삶을 통해 타인을 억압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함께 되돌아보게 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