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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내부 만류에도 ‘자녀승계 불가’ 결단

입력 | 2020-05-07 03:00:00

[이재용 대국민 사과]내부 “오너 경영이 장점” 반대 의견
이재용 부회장 ‘진정성 보여야’ 의지… 회견 직전까지 직접 발표문 수정




‘파격적’으로 평가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삼성 최고경영진은 두 달 동안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음을 선언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방침에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3월 11일 대국민 사과 권고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삼성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이 시작되자 사업을 맡고 있는 경영진이 모이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첫 답변 기한은 지난달 10일까지였지만 삼성 측이 이달 11일까지 이행 기간을 연장했다.

논의 과정에 이 부회장이 자녀에게 승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히자 아연실색한 경영진이 적지 않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반도체 선언’,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오너의 비전이 삼성을 있게 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 “오너 경영이 삼성을 다른 기업과 구별하게 해주는 장점”이라며 반대했다. 자칫 다른 그룹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

결국 발표에는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직전까지 발표문을 직접 고쳐 썼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소회를 말하고자 한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큰 성과 거뒀다고 자부하기에는 어렵다” 등 솔직한 심경이 발표문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삼성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201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된 것에 대해 사과한 뒤로 이번이 두 번째다. 삼성 역사 전체로 보면 네 번째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 사과에 나선 적이 있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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