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학. 뜻을 먼저 살펴보자. 스포츠의학(運動醫學, sports medicine)이란, 해부학적·생리학적·정신과학적·생화학적인 운동의 효과를 평가·분석해 이를 토대로 훈련방법의 개선점을 추구하고, 스포츠 외상의 예방과 치료지침을 마련해 선수들의 영양관리, 환경변화 대처 방안 등을 마련하는 인체와 스포츠 전반에 관한 폭넓은 학문을 뜻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쉽게 풀어보자. 스포츠 선수들은 일반인과 달리 고강도 훈련과 운동을 병행한다. 때문에 부상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다. 아무리 실력 좋은 선수라도, 잦은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슴 아픈 일지만, 몇몇 선수들은 그들의 이름보다 '유리몸'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에게 불린다.
스포츠의학에 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이어졌다. 다만, 이는 초보적인 의학 지식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으며, 본격적으로 과학적인 체계를 갖춘 것은 19세기 이후부터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제 1회 국제 스포츠의학회를 개최하면서 스포츠의학 연구는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이후 발전을 거듭해 현재 선수뿐만 아니라 운동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 관리를 위한 필수 의학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참고: 올바른 운동을 위한 폭넓은 건강관리, 가천의대길병원 건강칼럼).
< 엘제이 메디컬 트레이닝센터 이재 원장이 함부르크 발레스쿨 발레리나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출처=IT동아)
이에 IT동아는 20년 이상 트레이너로 활동하다가 스포츠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엘제이 메디컬 트레이닝센터의 이재 원장을 만났다. 현재 그는 스포츠의학에 과학적인 측정평가를 더해 선수들의 수술 후 재활, 퍼포먼스 트레이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코어 근육을 측정한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엘제이 메디컬 트레이닝센터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한다.
이재 원장(이하 이 원장): 선수들의 재활 트레이닝과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돕고 있다. (퍼포먼스 트레이닝에 대한 질문에) 하하. 쉽게 말하자면, 스포츠, 그러니까 각 운동 특성에 맞도록 개별 선수들에게 맞는 관절 움직임, 근육 정렬 등을 향상시켜, 선수들의 피지컬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조악한 비유지만…, 야구 투수가 공을 더 잘 던지도록, 타자가 공을 더 잘 치도록, 축구 선수가 공을 더 잘 차도록 돕는다.
IT동아: 예를 들어본다면?
이 원장: 시작은 자세조절 부터다. 코어 근육(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을 잡아줘야 한다. 코어 근육은 사람이 사지를 움직이기 전에 가장 먼저 긴장하는 근육이다. 팔을 움직이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하는 근육은 어디일까?
(어깨라고 대답한 기자에게)
횡격막이다. 횡격막은 숨 쉴 때만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세를 조절할 때 가장 처음 사용하는 근육이 횡격막이다. 특히, 횡격막과 복횡근은 복부를 지탱하는 힘, 압력을 지탱한다. 이 두근육의 동시수축이 복부의 압력을 만들어낸다.
< 호흡 측정 후 수치를 확인하고 있는 이재 원장 >(출처=IT동아)
IT동아: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쉽지 않다.
이 원장: 숨 쉬는 호흡을 생각해보자. 배워서 호흡하는 사람이 있을까? 호흡을 트레이닝하는 사람은 없다. 호흡법을 꾸준히 배우는 선수라면 다르겠지만. 그래서 일반인들은 사람마다 호흡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슴으로 숨 쉬고, 어떤 사람은 복식으로 숨 쉰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사무직 종사자는 항상 복부가 눌려 있는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다. 그래서 대부분 가슴으로, 흉식 호흡한다. 때문에 목과 어깨가 아프다. 즉, 사람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취하는 자세에 따라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지고, 호흡법도 변화하는 것이다.
IT동아: 사람마다 다르다?
이 원장: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근육을 사용하지 않는다. 걸을 때 오른쪽 다리를 더 사용하거나, 왼팔을 더 흔들거나, 허리를 숙이고 걷는다거나… 모두 다르다. 야구 타자에 타석에 서서 공을 날리는 모습, 제각각이지 않은가.
그래서 제일 먼저 보는 것이 호흡이다. 코어 근육, 자세 조절을 잡아주는 횡격막을 트레이닝한다. 흡기근 트레이닝이라고도 하는데,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앉거나 누워서 트레이너가 손으로 배를 눌러서 압력을 측정하곤 하는데 정확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횡격막을 잘 사용하는지 평가하는 툴이 없었던 셈이다.
< 파워브리드 호흡 측정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IT동아)
IT동아: 의사가 처방을 하려면, 진단부터 하듯. 스포츠의학도 어디를 처방해야 할지 진단해야 하는 것인가.
이 원장: 맞다. 당연하다. 정확한 문제부터 파악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 트레이너를 찾은 손님(그는 회원이라고 말한다)에게 호흡 측정부터 권한다. 영국에서 들여온 장비인데, 흡기 압력을 측정한다. 실시간으로 수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느 근육을 사용하는지, 사용하지 않는지 파악한다.
사람마다 다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IT동아: 이곳은 주로 누가 찾는지.
이 원장: 수술 이후 몸에 불편함을 느껴서 찾아온다. 엑스레이나 MRI상으로 이상은 없는데 계속 통증을 느끼는 근육 질환자가 있다.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가 이상 없다고 돌려 보낸 회원(환자)가 많다. 내가 아픈데, 이상이 없다니 답답하잖은가(웃음).
운동 선수들도 찾아온다. 수술 후 재활해 현장으로 복귀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야구 선수, 무용수(발레리나/발레리노), 태권도 선수, 육상, 배드민턴 선수 등…. 현재 400미터 허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도 찾고 있다.
< 허들 400미터 국가대표 상비군을 트레이닝하고 있는 이재 원장 >(출처=IT동아)
IT동아: 기억에 남는 선수가 궁금하다.
이 원장: 야구 선수들이다. 야구 선수들은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머리 위로 올리는 오버헤드 동작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날개뼈(견갑골) 위치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쉽게 말해, 날개뼈가 툭 튀어나오는 것이다. 이를 일반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제 위치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야구는 회전근계 운동을 많이 한다(팔을 휘두르는).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팔을 휘두른다고 어깨만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 주변의 뼈와 근육부터, 이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까지. 이를 조화롭게 훈련해야 한다. 튀어나온 날개뼈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등 근육을 강화시켜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웃음).
IT동아: 쉽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 원장: 자, 관절 위치가 바뀌었다고 가정하자. 그 상태로 일상 생활을 했다. 살짝 통증이 있었지만, 크게 이상은 없다고 하니까. 그래. 오른 발목을 살짝 삐었다고 생각하자. 걷지 못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으면, 깁스를 하고, 며칠 또는 몇 주간 사용하지 않는다. 목발을 짚는 경우도 있고.
이러면, 평소 자주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진다. 오른 발목이 불편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 적응한 셈이다. 이 상태에서 근력 운동을 하면, 적응한 상태에서 사용하던 근육만 사용한다. 다른 근육은 (자신도 모르게) 억제 되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럴 때 'NMES 트레이닝(근신경계 자극 훈력)'을 사용한다. 간단히 말해, 전기 자극을 준다. 사용하는 않는 근육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물리적으로 자극(신호)를 주는 것이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수축하기 위한 트레이닝 방법이다. 십자인대를 다친 선수의 양 다리에 같은 전기자극을 주면, 다친 쪽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즉, 정확하게 측정하고 진단한 뒤에 그에 맞는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
< 사진에는 멈춰보이지만, 같은 전기 자극을 양쪽 다리로 전달해도 한쪽 다리만 움직인다 >(출처=IT동아)
IT동아: 정확한 원인 파악과 해결방법을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인가.
이 원장: 맞다. 관절, 뼈는 인체가 효율적으로 몸을 사용하기 위해 정해진 위치와 각도가 있다. 이 위치를 벗어나면 효율적으로 몸을 사용하지 못한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최대 능력을 못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부상으로도 이어지고. 두꺼운 팔뚝, 탄탄한 가슴 근육도 중요하지만, 뼈와 관절, 근육 모두를 조화롭게 훈련해야 하는 이유다.
바뀐 관절 위치에 적응해 그 상태에서 훈련하면, 뼈를 잡아당기는 근육의 수축/이완 운동도 변화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통증으로 느낀다. 이 상태에서 더 심화되면, 뼈, 인대, 근육 등에 손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재활과 함게 부상 방지에도 도움되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근본적인 질문, '왜'
IT동아: 왜 스포츠의학을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이 원장: 박사 학위는 2019년 7월 취득했다. 처음부터 체육을 전공했고, 20년 이상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회원들이 운동하다가 아프다고 많이 말한다.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아프다고 하니, 병원을 가보시라고 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온 회원이 몸에 이상 없다고 한다. 다시 운동하면, 또 아프다고 말하고.
궁금했다. 너무 궁금했다. 회원은 계속 아프다고 하는데, 병원에서 몸에는 이상 없다고 하니.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센터를 찾아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대학야구 투수 >(출처=IT동아)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외부 세미나를 듣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그러다 지도교수님을 2015년에 만났고, 스포츠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4년 정도 공부했다. 스포츠의학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와 차의과대학 스포츠의학 대학원이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고, 연구가 활발하다. 수술한 환자를 위한 트레이닝 방법,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된 선수가 재활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의학적인 바탕으로 고민하고 있다.
아, 병원의 재활센터와는 조금 다르다. 재활센터는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1차 재활'이라면, 스포츠의학은 전문 스포츠 선수가 재활해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류현진 선수가 어깨 수술 후 스포츠의학 도움으로 재활하고 복귀에 성공하기도 했다(웃음).
IT동아: 흔히 여름을 위해, 몸을 만들려고 다니는 헬스장과는 사뭇 다르다.
이 원장: 개인적으로 언제나 회원에게 '왜'를 설명한다. 이 운동을 왜하는 것이고, 어디를 어떻게 강화하는 것인지 설명한다. 물론, 스포츠의학을 접하기 전에도 트레이너로 근육에 대해서 이해하고 왜 운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트레이너라면, 모두 그렇게 한다.
하지만, 사람은 레고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똑 같은 운동으로 똑 같은 동작을 반복해 똑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자세로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현재 몸 상태는 어떤지, 모든 것을 조화롭게 연결해서 고민하고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야구 투수가 공 던진다고 팔만 쓰지 않고, 축구 선수가 슛한다고 발만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 종사자가 있다. 평소 허리가 아프니, 허리를 강화하고 싶어한다. 이 분에게 허리, 척추를 지탱하는 코어 운동, 버티는 플랭크 운동이 100%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허리를 더 뻣뻣하게 만들 수 있다. 허리를 강화하는 운동이 반대로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원인부터 파악해야겠지만, 구르기 운동으로 허리 통증을 없앨 수 있다.
< 전방 십자인대 파열 후 재활을 위해 트레이닝하고 있는 모습 >(출처=IT동아)
IT동아: 운동을 왜 하는지… 정확한 원인과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 원장: 얼마 전, 모 프로야구팀이 동계 전지 훈련에서 한국의 전통놀이 제기차기로 트레이닝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댓글에 제기차기하러 놀러갔냐는 말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웃음), 스포츠의학으로 보면 충분히 근거있는 트레이닝 방법이다.
제기차기는 고관절(골반과 다리를 연결하는 관절)의 외회전 동작을 필요로 한다. 양반다리로 앉을 때 사용하는 관절과 근육의 움직이다. 이는 곧 다리가 벌어지는 동작인데, 고관절이 잘 움직여야 잘 뛸 수 있고, 공을 던질 때 스트라이드(뒷발에 모은 힘을 앞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앞발을 내딛는 동작)가 넓어진다.
결과론적으로 제기차기는 관절 움직임을 좋게 만드는 운동이다. 고관절을 360도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허리 아프면 제기차기하라는 말도 충분히 근거 있는 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웃음).
IT동아: 마지막 질문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 원장: 개인적으로 (스포츠의학을)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궁금했던 것을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잘 풀어보고 싶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하나둘씩 가지고 있다. 거창하지만, 원하는 것은 한가지다. 모두 안아팠으면 좋겠다. 그게 바람이다(웃음).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