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노출 장소로 일시 폐쇄합니다.’
7일 오전 10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거리는 몇 발자국마다 방역당국의 안내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A클럽의 굳게 닫힌 철제문 앞에서 붙어 있던 일시 폐쇄 안내문은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또 다른 클럽에도 내걸렸다. 모두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가 2일 새벽에 다녀간 업소다.
당일 A 씨가 머문 이태원 업소는 클럽 2곳과 주점 3곳. 모두 가까운 거리다. 7일 찾아간 업소들은 꽤나 높은 기온에도 을씨년스러웠다. 임시 폐쇄된 업소들은 불이 꺼진 상태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몇몇 지나가던 행인들이 안내문을 보고 “확진자가 다녀갔던 클럽이 여기냐”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 3시간여 동안 클럽·주점 5곳 다녀가…접촉자 파악 난항
경기도 등에 따르면 용인시에 거주하는 A 씨는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2일 오전 0시 20분경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클럽 2곳과 주점 3곳을 잇따라 들렸다. A 씨는 이날 오전 3시 47분경까지 계속 클럽과 주점들을 오갔다고 한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등 5곳의 이날 누적 방문객 수는 약 2000여 명. A클럽에는 두 번씩이나 들러 1시간 40분 가량 머물렀다고 한다. 당일 이 클럽에만 500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이 클럽에 머물며 접촉한 이들이 100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클럽에서 집으로 돌아온 2일 오후부터 발열과 설사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방역 관계자는 “클럽에서 불특정다수에게 전파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클럽 등이 자체적으로 받은 방문객 명단도 혼선을 빚고 있다. 보건소가 이 명단들을 확보해 직접 전화를 걸어봤더니, 잘못된 번호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전화를 받아도 ‘잘못 걸었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다”며 “따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어 시 차원에서 검사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클럽 등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지켰다고 한다. 당국이 출입구 CCTV를 살펴본 결과 발열검사와 손 소독,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등은 실시했다. A 씨 역시 클럽과 주점을 드나들 땐 마스크를 썼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유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실내에서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 가평 홍천으로 여행…동행한 친구도 감염
확진자 A 씨는 클럽 방문에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는 경기 가평군 남이섬과 강원 홍천군 등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일행 가운데 친구 B 씨도 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B 씨는 2일 이태원 클럽도 함께 다녀왔다. B 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A 씨에 이어 확진된 B 씨는 5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게임회사에 다니는 직원을 만나기도 했다. B 씨는 이 직원과 함께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다음 날 회사에 출근했다. B 씨와 만났던 직원은 현재 자가 격리에 들어갔으며, 해당 게임회사는 7일 사무실을 비우고 승강기와 내부 카페 등에서 방역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A 씨가 감염경로가 분명치 않은 확진자라는 점에서 또 다른 지역사회 감염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용인시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한 달간 해외를 방문한 이력이 없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감염원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면서 “지금 당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 같아 보여도 상황은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