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준비해서 지난해 문을 열었는데, 1년 만에 문을 닫는구나 싶어 앞이 캄캄했습니다.”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근대사박물관을 운영하는 조문규 대표(62)는 부도 공포에 시달렸다. 올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하루 수백 명씩 늘면서 한 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던 한옥마을 방문객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평일 200∼300명, 주말 900명 이상이 찾아오던 박물관은 코로나19 이후 관람객이 예년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인건비 등 한 달 평균 2000만 원이 필요하지만 수입은 턱없이 부족했다. 직원들 월급은 제때 주지 못했고, 전기와 수도 등 공공요금은 연체됐다. 지난달 소상공인 대출 4000만 원을 받아 겨우 급한 불을 껐다. 조 대표는 “이런 상황이 더 길어진다면 오랜 기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주요 관광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개월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크게 줄어든 데다 내국인도 국내 여행을 자제하면서 ‘상춘 특수’가 완전히 실종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2, 3월 외국인 입국자는 76만87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3만7443명)에 비해 72% 감소했다.
2013년부터 전주 한옥마을에서 숙박업소를 운영 중인 김홍석 대표(46)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1∼5월은 한옥마을 숙박업소의 성수기다. 7개 객실을 갖춘 김 대표의 업소는 이 기간 주말이면 예약이 거의 차고, 평일까지 포함하면 한 달 평균 70∼80% 객실이 찼다. 하지만 올해는 10∼20%에 그쳤다. 손님이 1명도 없어 객실이 모두 비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2월 중순 이후 1000만 원 가까운 적자를 봤다.
전남 여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1354만 명이었다. 하지만 올 1∼4월 관광객은 22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0만 명에 비해 49%가 감소했다. 여수시 문수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수 씨(58)는 “무엇보다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던 식당들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신기 여수관광발전협의회 회장(58)은 “아직도 단체 관광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그동안 여수 관광은 절벽이었다”고 말했다.
○ 제주 숙박·음식점 도산 공포
○ 동해안 음식점들은 혹독한 직원 구조조정
관광산업 비중이 큰 강원도 역시 불황의 터널 속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강릉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만집 씨(59)는 “직원이 25명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8명만 남았다”며 “매출이 예전의 30% 수준으로 감소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무급 휴직 형태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인근 음식점 주인들도 “이런 상황이 1, 2개월 더 지속되면 상당수 업소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는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 상권은 붕괴 직전이다. 카지노가 2월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휴장해 카지노를 찾던 하루 평균 8000여 명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우영 고한읍 번영회장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지노 개장을 요구할 수도 없어 답답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도 크게 줄었다. 3월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만16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했다. 20여 년째 관광업을 하는 박모 씨(56)는 “유명 관광지에서 하루 종일 있어도 외국인 1명 구경하기 힘들다. 사업을 접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해운대를 비롯한 6개 해수욕장의 개장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해운대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옷가게 주인은 “5000원짜리 치마 한 장 판 날도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