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유전물질 활용 국내 연구팀, 임상시험 착수… “안전성 확인에만 최소 1∼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고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됐다. 방역당국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이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을 비롯해 국내 연구기관과 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백신 후보물질의 동물실험(전임상) 성공과 임상 착수 소식을 알리며 백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5일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지형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총 8개다. 가장 먼저 임상에 돌입한 미국 생명공학사 모더나와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외에 미국 이노비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 독일 바이오엔테크, 중국 생명공학사 캔시노와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 등이 임상에 착수했다.
백신은 체내에 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을 막는다. 백신 설계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통적으로는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주입해 체내 면역시스템의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국 시노백과 시노팜, 베이징생물제품연구소가 이 방식의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검증된 방식이지만 바이러스 배양이 어렵고 변이에 취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바이러스 벡터 백신 임상에 착수했고, 미국 모더나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가 체내에 침투하는 경로인 ‘스파이크 단백질’ 일부를 생성하는 리보핵산(mRNA)을 통해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RNA 백신 임상에 들어갔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유전자 재조합 백신 임상에 착수했다. 정대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과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 교수 연구팀도 6일 유전자 재조합 단백질 백신 후보물질 개발과 임상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백신이 상용화되는 시기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임상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 수년에 걸친 임상에서 백신 효과를 확인하더라도 안전성을 검증하는 데 최소 1∼2년이 걸린다. 역대 가장 빠르게 개발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상용화에도 5년이 걸렸다. 유의미한 효과 데이터를 얻는다고 해도 독감 백신처럼 모든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 생산 시기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정 책임연구원은 “독감 백신 접종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누구나 쉽게 맞게 될 날을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