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장관 인터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올해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험 요소로 인플루엔자 동시 확산과 방역망에서 빠진 불법 체류자 문제를 꼽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은가.
“코로나19는 언제든지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백신,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사실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생활이 지장을 받고 있기에 조심스럽게 생활과 방역을 동시에 하자는 것이다. 약 40만 명(2월 말 기준)으로 추산되는 국내 미등록 외국인(불법 체류자)도 취약 요소다. 기존 방역망이 포착하지 못한 숨은 감염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농어촌 노동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발생하면 왜 위험한가.
“호흡기 환자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코로나19인지 인플루엔자인지 빨리 선별하지 못하면 의료계에 큰 부담이 된다. 인플루엔자 증상은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한데 1년에 약 280만 명이 감염된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인플루엔자가 조기에 종식됐다. 코로나19인지 선별할 수 있도록 진료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호흡기 질병에 걸려도 감염이 두려워 병원을 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늘리겠다.”
―사태 초반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
―국내는 괜찮지만 일본 상황은 심각하다. 도움을 줄 계획이 있나.
“15일에 한중일 보건장관 회의가 화상으로 열린다. 세 나라 보건장관이 따로 회의하는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일본 내 코로나19 발생 상황이 심각하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가 진단시약을 지원하는 등 한일 간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소통은 어땠나.
“정은경 본부장과 매일 두 시간씩 토론한다. 복지부는 질본과 자유롭게 온갖 의견을 나눴다. 과거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 생활치료센터가 그렇게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에 관심이 많다.
―K방역(한국의 방역체계)을 평가한다면….
“우리 사회가 가진 여러 역량이 집결된 결과라고 본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우수성에 기반한 메커니즘 덕분이다. 평소엔 민간의 효율성, 위기 시에는 공공성이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다. 국내 의료체계는 공공의료가 병상의 경우 8.2%, 의사인력은 9.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이 이번 사태에서 병상을 비워주고 환자 이송을 받아주는 등 대부분 질서정연하게 움직여줬다.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병원이지만 국가가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가장 큰 특징이자 다른 나라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체계다.”
대담=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정리=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