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입주해 있는 일본 나리타국제공항 제1터미널. 나리타=AP 뉴시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한일 양국 모두 상대국에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우리 항공사들은 인천∼나리타 노선은 묵묵히 운항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매일 하루에 3∼5회씩 이 노선을 왕복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일 기준 매일 1회, 제주항공은 주 2회 왕복하고 있다. 현재 두 나라를 잇는 유일한 교류 노선이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인천∼나리타 노선은 황금 노선이었다. 지난해 이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78만3677명, 최대 500명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을 띄워도 만석이었다. 하지만 3월 일본 정부가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한 뒤 지금은 270명이 타는 비행기를 띄워도 50명조차 못 채운다. 여객기를 띄울수록 손해만 나는 셈이다.
3, 4월 인천∼나리타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5월 들어 재개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그래도 이 노선 운항을 재개한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이동 수요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발이 묶였다 귀국하는 교민, 사업을 위해 양국을 오가는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그 덕분에 두 나라 사이의 우편과 교역도 유지되고 있다.
인천∼나리타 운항 편명만 봐도 나리타 노선이 항공사들에 갖는 의미를 알 수 있다. 대한항공은 나리타를 갈 때 KE1, 들어올 때 KE2를 붙인다. 아시아나는 OZ101, OZ102를 붙인다. 이 편명은 항공사들의 ‘1호편’이라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한일 수출 규제로, 올해는 코로나19로 한때 가까웠던 양국 관계가 이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가장 가까운 나라라는 점을 상징한다.
나리타공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사실상 고립된 가운데 승객을 맞고 있다. “나리타 노선을 사수하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한일 두 나라를 잇는 마지막 끈이라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마음이 언젠가는 한일 교류 재개의 불씨가 될 것 같다.
서형석 산업1부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