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막 올린 프로야구-축구 야구 경기당 관중수입 1억 넘어… 프로축구연맹 “총 575억 손실” 프로야구 개막전 시청률은 상승… 해외 중계 반응 기대보다 좋아 美시장 등 뻗어나갈 계기 삼아야… 선수들 해외진출 확대도 기대
Q. 예전에도 무관중 경기가 열린 적이 있나.
A. 프로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쇼 비즈니스’다. 관중이 없으면 리그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1999년 10월 7일 전주에서 열린 현대-쌍방울 경기에 관중이 54명밖에 오지 않은 것을 포함해 100명 이하 관중 경기가 네 차례 있었다. 그렇지만 관중이 전혀 없던 건 이번 개막전 5경기가 처음이었다.
축구에서는 무관중 경기가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징벌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따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한국-북한 경기도 북한 당국에서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아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징계 등에 따라 무관중 경기가 열린 적은 있으나 질병 및 감염병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에는 이 둘을 구분하는 표현이 따로 없지만 영어로 징벌적인 무관중 경기는 ‘behind closed door’, 감염병 유행 등으로 관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crowdless’로 구분한다.
Q. 무관중으로 손해는 얼마나 보나.
A.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총 575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기업이나 지자체 지원금, 관중 입장 수입, 팀별 상품 판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KBO는 따로 예상 손실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익을 통해 추정은 가능하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지난해 관중 입장 수입으로 경기당 평균 1억1921만 원을 벌었다. 무관중으로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이 정도 수입이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광고 수입에도 영향을 준다. 모기업이 따로 없어 자체적으로 광고 영업을 진행하는 키움은 지난해 광고로 224억7413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안방경기 수(72경기)를 기준으로 하면 경기당 3억1214만 원꼴이다. 키움 관계자는 “TV 중계가 있기 때문에 광고비가 전액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KT 응원단이 5일 수원 안방경기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 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바깥의 팬들과 함께 응원을 하고 있다. 각 구단은 무관중 경기를 맞아 팬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랜선 응원전' 행사를 기획했다. KT 제공
A. 일단 프로야구 개막전 결과를 보면 그렇다. KBO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개막전 5경기 평균 시청률은 1.47%로 지난해 개막전(1.39%)이나 어린이날(0.68%) 기록을 모두 앞질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본 누적 시청자 수(149만3483명)도 지난해 개막일(34만3291명), 어린이날(16만4434명)을 훌쩍 넘었다.
단, 프로축구연맹에서 ‘당분간’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현재 시청률은 높지만 코로나19로 경쟁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업 효과’를 누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한국보다 먼저 시즌을 개막한 대만 프로야구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김윤석 전 한국 야구대표팀 대만 코디네이터는 “개막 초기 대만 언론은 프로야구 시청자 수,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해외 시청자 수 등을 보도하기에 바빴지만 최근에는 관련 보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청자 수가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8일부터 경기당 선수단, 중계진, 관중을 합해 최대 1000명까지만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프로축구 전북은 8일 수원과의 전주 안방경기 때 빈 관중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카드섹션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강하게 지내며 곧 만나자는 의미로 '#C_U_SOON ♥'과 'STAY STRONG' 문구를 배치했다. 전북 제공
A. 코로나19 ‘덕분에’ 한국 프로야구·축구도 해외 중계 기회를 얻었다. 야구는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과 계약한 뒤 개막전부터 미국 전역에 매일 한 경기씩 생중계되고 있다. 축구도 중국, 크로아티아 등 10개국 이상의 방송사와 현지 중계권 에이전시에 중계권을 팔았다. ESPN 중계에 객원 해설위원으로 참여한 대니얼 김 씨는 “현지 반응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면서 “시즌 내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시작만큼은 ESPN도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기회를 K스포츠 세계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스포츠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아주 작은 비율의 ‘덕후’(마니아)만 흡수해도 대성공이다. 그래도 50만∼100만 명은 된다”면서 “내가 지금 구단 직원이라면 어떻게 우리 팀을 미국 시장에 알릴지 밤잠 안 자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SPN 생중계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야구 종주국에 노출되면서 빅리그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로축구 역시 해외 중계가 구단들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한 방에 해결하는 ‘잭팟’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리그의 세계 노출을 통해 선수의 해외 이적이 성사될 경우 구단들은 거액의 이적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1 전북은 외국인 선수 로페즈를 상하이 상강(중국)으로 이적시키면서 약 550만 유로(약 73억 원)의 이적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