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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틀렸다’하면 무조건 수용”… “소연이 에너지 부럽죠”

입력 | 2020-05-08 03:00:00

골프계 대표 절친 박인비-유소연
LPGA 활동하며 9년째 우정… 투어 통산 박 20승-유 6승 기록
유 “언니에 대해선 모르는게 없어… 연장 맞대결서 지고도 안억울했죠”
박 “소연이 클러치퍼트 배웠으면… 골프외에 좋은 사람도 만나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박인비(오른쪽)와 유소연은 골프계에서 소문난 단짝이다. 평소 박인비에게 궁금한 것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유소연이 “언니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까 싶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사진은 2018년 12월 한 CF 촬영장에서 만난 두 사람. 거울에 비친 모습을 촬영해 좌우가 뒤바뀌어 있다. 사진 출처 유소연 인스타그램

“언니가 틀렸다고 하면 그냥 무조건 틀린 거구나 하고 받아들여요. 그만큼 제겐 믿음직스러운 언니죠.”(유소연)

“쉴 틈 없이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에 제가 ‘좀 쉬어라’라고 말할 정도예요. 끝없는 에너지가 부럽습니다.”(박인비)

서로를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박인비(32·KB금융그룹)와 유소연(30·메디힐)은 친자매처럼 가깝다. 두 살 어린 유소연은 지난달 박인비의 유튜브 채널 ‘박인비 인비리버블’에 동료선수 중 처음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홀인원에 도전하는 영상이었다. 소속사(브라보앤뉴)마저 같은 둘을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2012년 유소연이 LPGA투어에 데뷔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한 두 사람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2013년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이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동타를 기록한 가운데 연장전 끝에 박인비가 유소연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유소연은 “연장전에서 지고도 억울하지 않았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연장에서 나온 언니의 어프로치샷은 경쟁하는 선수가 봐도 멋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회 이튿날 곧바로 다음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위해 함께 연습하면서 주변에선 “또 연장전을 치르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단다.

언니 박인비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걸까. 유소연도 4년 뒤인 2017년 같은 대회에서 우승의 한을 풀었다. 박인비는 투어 통산 20승, 유소연은 6승을 기록 중이다.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가 중단되면서 귀국한 두 선수는 7월 재개 예정인 투어에 대비해 국내에서 훈련하고 있다.

전 세계를 누비며 경기를 하는 두 선수에게 함께 가고 싶은 여행지를 물었다. 박인비는 “골프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소연이와 투섬(2인1조) 플레이를 하면서 비바람 맞으며 라운드하고 싶다. 함께 위스키도 마시고 차도 마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인 박인비는 “소연이가 가장 우승하고 싶어하는 대회가 이 대회”라며 동생을 향한 마음도 드러냈다. 유소연은 프랑스에서 함께 좋은 음식과 와인을 나누고 싶다고 답했다.

서로에게 받고 싶은 원포인트 레슨을 묻자 박인비는 유소연의 클러치퍼트 능력을, 유소연은 박인비의 정신력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친목모임인 V157(결성 당시 멤버들의 우승횟수를 합친 숫자), 은가비(은은하게 빛을 발하라는 뜻의 봉사모임) 등에도 함께 몸담고 있다.

세계 랭킹 18위 유소연은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국가대표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세계 11위 박인비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동반 출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유소연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박인비와의 사진. 왼쪽은 지난달 국내, 오른쪽은 지난해 2월 싱가포르에서 찍었다. 사진 출처 유소연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서로를 향한 덕담을 청했다. 유소연은 “지금처럼 모두가 존경하고,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언니로 있어주면 좋겠어요. 언니 그대로의 언니라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내자”고 화답하고는 “너무 운동만 열심히 했으니 이젠 좋은 사람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당부를 덧붙였다. 앞으로의 우정이 더 기대되는 두 사람이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