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냉동인간기업 크리오러스(KrioRus)이 한국 첫 냉동인간(경기도에 거주했던 80대 여성)을 보관하는 모습.© 뉴스1
“어머니와 수십 년을 함께 살았고, 지금 위독하셔서 애끊는 마음을 숨기기 어렵네요. 어머니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냉동인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이식용 장기 해동연구개발 전문기업인 크리오아시아(KrioAsia·구 휴먼하이테크) 한형태 대표는 지난달 초 회사를 스스로 찾아온 50대 남성으로부터 이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한형태 대표는 지난 2018년 2월 러시아 냉동인간기업 크리오러스(KrioRus)와 함께 국내에 냉동인간(Cryonics) 서비스를 론칭하고 여러 차례 상담을 진행했지만, 전신 보존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한차례 계약이 성사됐으나, 체세포만 보전하는 형태여서 냉동인간으로 보기 어려웠다.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한 이 남성은 수십 년간 어머니와 함께 살았고, 어머니가 위독했던 지난달 초 상담을 받고 돌아갔다. 이후 4월 말 어머니가 숨지자 냉동인간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 남성이 부담한 비용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형태 대표 “국내에서 고인의 몸을 영하 20도로 얼려 보존하고 리무진 이용, 항공료, 러시아 내 서비스 비용까지 고려해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며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유족이 냉동인간 보관 장소인 러시아까지 함께 가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차례 상담을 받았는데, 주로 고령의 부모를 둔 미혼의 40~50대였다”며 “더는 부모를 뵐 수 없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중년층 자녀들이 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크리오아시아가 제공하는 냉동인간 서비스는 한국인 고객을 모집해 크리오러스 본사가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한 뒤 임종 직후 몸을 얼려 보존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냉동인간 보존에 대한 법적·행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이후 액체질소 등을 사용해 하루가량 더 온도를 낮추고 최종적으로 영하 196도까지 얼린 뒤 고인을 보존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국내에서 숨지면 즉시 몸을 얼려 러시아로 옮기고, 추가로 체온을 낮추는 작업을 받게 된다.
냉동인간 보존 기간은 30년 단위로 갱신하며 몸을 얼리고 보존하는데 드는 순수비용만 수천만원이 든다. 매우 큰 금액이지만 상담을 신청하는 고객들은 비용보다는 이용 절차, 보존 방식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냉동인간은 임종을 맞은 직후에 몸을 얼리는 방식을 택한다.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은 뇌와 신체기능이 한동안 유지되는데, 이 골든타임에 몸이나 뇌를 얼리면 먼 미래에 해동시켜 되살릴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만 불치병 환자라도 살아있는 상태로 얼리는 것은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크리오아시아 최고기술책임자인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 조교수는 “사람 뇌는 숨지고 30초가 지나면 급속도로 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냉동인간을 만들려면 신속한 조치가 중요하다”며 “신체를 온전히 얼리는 기술은 수십 년 동안 유명 과학저널을 통해 검증받았고 이미 상용화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첫 냉동인간은 지난 1967년 암으로 숨진 제임스 베드포드(당시 73세)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다. 베드포드 교수는 간암으로 숨지면서 냉동인간이 되기를 선택했고 그 후로 53년이 흘렀다. 그의 시신은 미국 애리조나의 알코어(Alcor) 생명연장재단에 보관돼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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