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입된 주 54시간 근무제는 대한민국 노동환경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업무 시간을 규칙적으로 할당해 일과 생활 간의 균형을 형성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정해진 노동 시간으로 변함없이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업무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과거보다 노동 시간이 줄어든 기업이 많다보니, 근로자와 기업 모두 투입 시간 대비 효율을 끌어올리는 노동생산성 향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 생산성이란 생산 과정에서 투입된 자본, 노동 등의 재화와 수익 산출을 나타내는 지표로, 생산 효율의 향상과 기술 수준에 따라 향상된다. 특히 전체 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므로 개인과 기업, 국가까지 관여하고 있다. 덕분에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다. RPA란, 사람이 컴퓨터를 활용해 수행하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로, 디지털화된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미국 코팩스(Kofax)와 손을 잡고 RPA 사업에 진출했다. 출처=후지제록스
RPA 자체는 로봇을 활용해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지만, 개발사와 제작사마다 RPA 특성과 효율이 다 다르다. 유아이패스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같이 포괄적 도입에 집중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인공지능 기술의 선도 기업인 IBM이나 인쇄·사무 설루션과 컨설팅 경험을 RPA와 결합한 후지제록스같은 기업도 있다. 전 세계 국가가 RPA를 활용한 노동생산성 강화에 집중하게 될 것이니,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RP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무 환경 컨설팅과 RPA의 결합, 후지제록스
후지제록스(Fuji Xerox)는 사무, 인쇄 기기로 잘 알려진 기업이며, 이미 20여년 전부터 사무 환경에 도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아울러 작년 7월부터는 RPA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 코팩스(Kofax)와 협력해 RPA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사무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후지제록스와 RPA 전문 기업인 코팩스가 손을 잡음으로써, 더욱 체계적인 업무 효율 제고와 RPA의 구축부터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모든 과정을 다룬다.
<후지제록스 코팩스 동작 예시. 정해진 알고리듬에 따라 논리가 수행된다. 출처=IT동아>
후지제록스 코팩스 RPA는 웹 브라우저 기반으로 동작해 윈도우 프로그램처럼 활용할 수 있고, 전용 서버를 통해 원격으로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작업 범위는 로그인, 읽기, 쓰기, 편집, 계산 등의 단순 작업 모방부터 이메일 자동화, MS 오피스 자동화 및 IT 프로세스 자동화 등 컴퓨터를 활용한 단순 반복작업이면 무엇이든 적용할 수 있다. 고도화되면 직원·고객 간 업무 자동화, 재고 관리, 비용 청구 등 복잡한 업무까지 대체한다.
현 단계에서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며 규칙,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최적화된 상태다. 올해 7월 전에는 토탈 어질리티라는 기능도 도입할 예정인데, 이는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을 통해 거의 모든 유형의 인쇄 및 언어를 인식, 분류, 추출한다. 인지 단계를 넘는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통한 판단과 예외 처리까지 가능한 자동화가 목표라 한다.
디자인 툴을 통해 코딩 경험이 없는 사용자도 어렵지않게 쓸 수 있다. 출처=IT동아
코팩스 RPA로의 첫발은 후지제록스 고객 센터를 통한 상담 신청으로 시작한다. 상황이 접수되면 후지제록스의 전문 컨설턴트와의 상담이 시작된다. 이후부터 업무 대체를 위한 코팩스 RPA 논리 구축이 시작되며, 구축이 끝난 RPA는 후지제록스 측에서 원격으로 유지·보수까지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가 부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코팩스 RPA 디자인 툴이 일반 컴퓨터 사용자에게 친숙한 웹 브라우저 형태로 구현돼있는 데다가 코딩 경험이 없어도 관리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다. 또한, 프로그램의 논리 오류를 잡아내는 디버그 모드가 내장돼있어 유지 보수를 받기가 수월하다.
가장 큰 장점은 영구적인 사용과 디자인 툴(클라이언트)의 무제한 설치다. 일정 기간별로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구독 방식과 다르게, 코팩스 RPA는 한번 구매에 따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초기 구축 비용을 생각하더라도 3~4년 이상 활용하는 시점부터 비용이 절약되는 구조고,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 않는다면 투자 대비 가치는 더욱 늘어난다. 자체 기능으로 투자 대비 결과(ROI)도 집계되니 RPA 결과와 성과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후지제록스 코팩스 RPA는 인쇄기업은 물론, RPA가 필요한 다양한 기업에 대응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뉴질랜드의 전력 및 통신 사업체인 트러스트파워도 코팩스 RPA를 도입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트러스트파워는 기존에 사람이 진행하던 요청 처리, 계산 및 기록, 데이터베이스 유지 관리 등의 복잡한 대량 작업을 RPA로 대체했다. 그 결과 사람 대비 수십~수천 배 작업 효율을 보였는데, 고객 수를 확보하는 것이 최 우선인 통신 분야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결과다. 소비자가 원하는 빠른 업무 처리와 고객 지원은 물론, 일반 업무 처리를 대체해 서비스 개선을 이룬다면 고객 수 확보는 물론 기업의 수익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국내에서도 아파트 관리 고지서 인쇄 기업 중 하나가 코팩스 RPA로 업무 효율을 제고한 사례가 있다. 아파트 관리 고지서 도입 초기에는, 관리사무소에서 전달할 데이터를 일일이 사람이 입력한 다음 출력해야 했다. 최근에는 전달받은 데이터 종류와 분류, 배치에 대한 논리를 코팩스 RPA로 구축하고, 자동으로 출력해서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영구 라이선스는 코팩스만의 장점, 중소기업도 노려볼만해
후지제록스의 RPA 기대 효과. 출처=후지제록스
후지제록스의 코팩스 RPA는 뉴질랜드, 홍콩, 호주 등에서는 약 18개월 전부터 진출해 성과를 보이지만, 국내 시장은 작년 7월부터 도입된 후발 주자다. 현재 RPA를 도입하는 기업이 금융사, 대기업 중심이긴 하나, 후지제록스는 제조, 인쇄업, 대형 인쇄 업계를 발판으로 중견 기업의 RPA 도입을 공략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견기업에게, 1회 투자로 영구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코팩스 RPA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기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신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공통된 목표다. 후지제록스가 RPA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20년 이상 쌓아온 사무 설루션과 컨설팅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사무 업무 환경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내비친다. 사무 환경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될수록 후지제록스의 코팩스 RPA도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