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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發 확산, 신천지 집단감염 보다 위험한 이유는…

입력 | 2020-05-08 21:19:00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여러가지 위험요소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가 대규모 감염으로 확대될 경우 대구 신천지예수교(신천지) 집단감염 이상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이있다.

먼저 이번 집단 감염의 대상이 젊은 층이라는 점이 가장 걱정되는 대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8일까지 확인된 이번 확진자들의 나이는 19~37세로 활동성이 높은 연령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활동량과 이동량이 많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해 방역지침을 잘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확산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8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중 10~30대는 전체의 절반 가량(43.7%)을 차지한다. 특히 20대는 27.4%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이 경증이라 본인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숨은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본인은 걸려도 별 문제가 없어서 왕성하게 돌아다니다가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초발환자인 경기 용인시 A 씨(29)를 포함한 감염자도 모두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다. 역학 조사 전까지 본인이 감염된지 모른 채 접촉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 감염 발생지가 수도권이라는 점도 문제다.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는 2500만 명에 이른다. 신천지를 시작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240만 명)의 10배가 넘는다. 그 어느 지역보다 촘촘히 연결된 대중교통 인프라도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패스트 트랙’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수도권은 교통이 발달해 교류도 많고 접촉 범위도 광범위하다. 밀집도도 높아 대규모 환자 발생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고위험시설을 다수 방문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8일 신규 확진된 13명 가운데 A 씨와 같은 클럽을 방문한 환자만 12명이다. A 씨가 방문한 클럽 3곳의 손님만 해도 1500명에 이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R0·1명의 환자가 감염시키는 환자 수)는 2~3 수준이지만, 밀폐·밀집 공간에서는 6~7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유흥시설 같은 고위험시설 운영을 재개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흥시설은 (운영 재개를 허가한) 종교·학원·체육시설과 같이 묶을 성격이 아니다. 이제 다 끝났으니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 셈이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려했던 여러 조건들이 ‘종합세트’처럼 겹쳐있다”며 “무증상 잠복 환자가 많을 수 있는데 신규 확진자 수만 보고 안심하다가는 대구 신천지 대규모 감염과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구 신천지 환자가 나오기 전인 2월 중순에도 며칠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낙관론이 제기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젊은 환자, 수도권, 고위험시설이 복합된 이번 사례의 경우 그 전파력은 더욱 클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꾸준히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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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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