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형준!‘ KT 소형준이 8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 중이다. 사진제공|KT 위즈
무대에 설 아들보다 지켜볼 부모님이 더 긴장했다. 오히려 아들이 ‘편하게 봐달라’고 했을 정도다. 소형준(19·KT 위즈)이 데뷔전부터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잊지 못할 선물도 안겨줬다.
KT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2-3으로 승리했다. 앞선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 시리즈를 모두 내준 KT는 이날 시즌 첫 승을 챙기며 분위기 전환의 기점을 마련했다. 그간 잠잠하던 타선이 5회 6득점을 낸 게 신호탄이었다.
그 분위기를 만든 건 ‘막내’ 소형준이었다. 올해 KT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소형준은 데뷔전에서 5이닝 5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으로 첫 승을 기록했다. 최고 151㎞의 포심과 147㎞의 투심을 주무기로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서 한껏 물오른 감을 과시하던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캠프 때부터 이강철 감독에게 “투구를 보면 안구정화가 된다”는 극찬을 이끌어냈던 모습 그대로였다. 고졸신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건 KBO리그 39년 역사상 소형준이 여덟 번째다.
경기 후 소형준은 “전날 잠도 잘 잤고 딱히 더 긴장되는 건 없었다. 평소 등판 때와 비슷했다”면서도 “처음에는 몸이 붕 뜬 기분이었다. 1회 연속안타 후 마음 비우고 던졌는데 선배들이 점수를 내준 덕에 편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등판을 앞둔 소형준에게 주위의 격려가 쏟아졌다. 원정숙소 룸메이트 배제성은 “편하게 하라”고 긴장을 풀어줬으며,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장성우도 “두산은 지난해 우승팀이다. 맞아도 되니까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져라”고 격려했다. 유신고 2년 선배 김민도 “나도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 볼넷만 안 주면 된다고 생각해라”고 팁을 전했다. 이러한 조언과 격려들이 소형준의 첫 승 원동력이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