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에서 면접교섭권은 양육권을 차지하지 못하는 측에 주어지는 최소한의 배려와 같은 것이다. 예전 민법은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은 부나 모는 자녀와 면접교섭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면접교섭권을 친권(親權)의 영역으로 봐서 부모에게만 인정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 조항 하나가 신설돼 추가됐다. 부모 중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은 쪽의 조부모는 자기 자식이 사망하였거나 질병, 외국 거주, 그 밖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녀를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에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뒤늦게 인정됐지만 부모의 면접교섭권과는 차이가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는 면접교섭권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극히 예외적으로만 불허한다. 반면 조부모는 손자녀와 면접교섭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부모의 이혼은 부모 일방의 사망, 질병, 해외 거주와는 달리 법이 예시한 사유에 들어 있지 않아 부모의 이혼 시 조부모 면접교섭권의 인정은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달렸다고 하겠다.
▷요즘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키우는 집이 늘어남에 따라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3대가 육아에 협력하는 가족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식은 안 봐도 견딜 수 있지만 손주 안 보고는 살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손주 사랑이 끔찍한 조부모들이 많다. 더구나 아이가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만나길 원한다면 그 만남의 허용 여부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