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교수(왼쪽)와 이정희 원장이 4월 26일 서울 도림천 일대를 달리는 공원사랑마라톤을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마라톤TV는 매주 함께 풀코스를 달리는 부부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증정했다. 한국마라톤TV 제공.
“2003년이었다. 집 근처 수영장이 갑자기 없어졌다.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출근했는데 할일이 없어진 것이다. 때마침 갱년기를 앞둔 아내도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니 달리기였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김동호 인하대병원 산부인과 임상교수(68)와 이정희 이정희소아과 원장(64)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서울 도림천공원 일대에서 열린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310번째 동반 완주를 했다. 2004년 3월 처음 부부가 풀코스를 함께 달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김 교수는 458회, 이 원장은 310회를 완주했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같이 시작했지만 이 원장이 사정이 생겨 못 달릴 경우에는 김 교수 혼자 달려 횟수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김동호 교수(오른쪽)와 이정희 원장이 2017년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를 완주한 뒤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김동호 교수 제공.
김 교수와 이 원장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서 ‘달리는 잉꼬 부부’로 유명하다. 최근 거의 매 주말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달리기를 쉽게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수영을 비롯해 스키, 제트스키, 자전거 등을 즐기고 있었지만 1km를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그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이 원장도 마찬가지. “함께 달린 첫날 몇 100m도 못가서 힘들어 걸었다”고. 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매일 달렸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을 달렸고 피트니스센터에서도 뛰었다.
부부가 달린다는 소식에 병원 동료는 물론 마스터스마라토너 지인들도 “대회에 출전하라”는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대병원에 재직 중이었던 김 교수는 “당초 대회 출전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동호회 활동을 하는 동료가 ‘달리면 마라톤 대회에 꼭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참가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동호 교수(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2016년 마라톤 풀코스 300회를 완주 한 뒤 동호회 회원들이 축하행사를 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이정희 원장. 김동호 교수 제공.
2003년 체계적인 훈련으로 10km와 하프코스를 완주해 예열을 한 부부는 2004년 3월 처음 풀코스에 도전했다. 김 교수는 “한강을 달리는 서울마라톤에 참가했다. 당시 대회를 주최한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이 ‘부부가 함께 달리면 좋다. 계속 함께 달리라’고 격려해준 기억이 있다. 우리 말고도 몇몇 부부도 함께 달렸다”고 말했다.
풀코스 완주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105리를 완주했다는 성취욕과 자신감에 더 열심히 달리게 됐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물론 사회 및 일상생활에서도 적극적이 됐다. 부부는 매년 풀코스 5,6회를 완주했다. 그러다 김 교수가 모교 출신들로 구성된 ‘휘문고마라톤동호회(휘마동)’에 가입한 2010년부터는 거의 매주 풀코스에 출전했다. 김 교수는 2012년, 이 원장은 2014년 풀코스 100회를 완주했다. 그리고 2016년 김 교수가 300회, 이 원장이 200회를 완주했다.
김동호 교수(오른쪽)와 이정희 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개별적으로 참가해 달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매주 주말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김동호 교수 제공.
마라톤은 부부싸움도 막았다. 부부는 “지방 경치 좋은 곳 대회를 잡아놓고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말싸움을 해도 일주일을 못 넘긴다. 힘들게 함께 달리다보면 모든 게 용서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금실 좋은 두 부부는 주변 달림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부부는 마라톤 예찬론자가 됐다.
“모든 성인병 치료에 가장 좋은 게 운동인데 그중에서도 유산소 운동이 최고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누가 뭐라 해도 달리기가 으뜸이다.”
김 교수의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 53분, 이 원장은 3시간 46분이다. 하지만 이젠 4시간 30분에서 5시간 페이스로 즐기면서 달린다. 2017년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가 주최한 ‘불교 108울트라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다. 밤 새워 108km를 달리는 레이스였는데 너무 힘들어 울트라마라톤은 다시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즐겁게 달리는 게 건강에 가장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교수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즐긴다. 중앙대병원 교수 재직 시절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익숙해졌고 친구 후배들과 전국 6대강 종주, 국토종주, 국토 횡단 등도 했다. 또 가까운 지인들과 가끔 할리데이비슨 라이딩을 하기도 한다. 섹소폰과 클라리넷, 플루트, 하모니카 등 악기 연주도 좋아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래도 아내와 함께 마라톤 완주하는 게 가장 좋다”며 웃었다.
김동호 교수(왼쪽)와 이정희 원장이 2017년 불교 108울트라마라톤대회를 완주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김동호 교수 제공.
부부는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달릴 계획이다. 김 교수는 “중앙대병원에서 은퇴하면서 느꼈는데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은퇴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인하대병원에서 기회를 줘 다시 일하고 있어 너무 기쁘다. 당초 70세까지만 달리려고 했는데 지금 체력이 50대 때보다 더 좋다. 이젠 80세까지는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00세까지 사는데 건강이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운동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운동을 안 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여성 호르몬 탓인지 나이드니 무릎과 뼈가 남성들보다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마라톤 완주가 주는 건강과 즐거움을 막을 수는 없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릴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특히 “부부가 하기에 최고의 운동이 달리기”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까지 주말마다 전남 목포와 곡성, 충남 예산, 경북 경주, 전북 남원 등을 여행하며 달렸다. 마라톤을 하면 건강도 챙기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남자나 여자나 나이가 들면 체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소 40대에는 운동을 시작해야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고의 운동은 달리기, 특히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며 ‘엄지 척’을 했다.
김동호 교수는 가끔 지인들과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여행한다. 김동호 교수 제공.
부부는 요즘은 서울 도림천 일대에서 열리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를 달리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해결되면 다시 전국의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한국마라톤TV가 주최하는 공원사랑마라톤대회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새벽에 열리는데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참가해 42.195km를 달리면 된다. 기록측정 칩을 달고 뛰어 완주하면 바로 기록증이 나온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