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840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18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12명, 부산 1명, 인천 1명, 경기 4명이다. © News1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마스크 착용, 의심증상 신고 같은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전국 유흥시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셧다운(일시 폐쇄) 위기에 놓였다. 총 45일간 3차례 걸쳐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개해 어렵사리 되찾은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달 15일 철저한 방역 속에서 3000만명 가까운 유권자가 참여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관련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태원 집단감염은 방역수칙을 우습게 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태원→청주·부산 등 확산…향후 일일확진 규모, 전국 확산세 분수령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적인 확산세로 갈지는 향후 며칠간 집계하는 일일 확진자 규모와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 등을 따져봐야 한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0시 기준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6일 2명을 바닥으로 찍은 후 7일 4명, 8일 12명, 9일 18명으로 3일 연속 증가했다. 지역발생 규모는 지난달 16일 11명 이후 23일 만에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6일 이후부터 코로나19 증가세가 뚜렷해진 셈이다. 좋지 않은 신호다.
만약 일일 확진가 규모가 세 자릿수로 증가하면 생활 속 거리두기는 물론 오는 13일로 예정된 등교개학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방역당국은 등교개학 연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전환하는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다.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은 방역에 까다로운 요소를 모두 갖췄다. 대개 유흥시설 이용자는 역학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역학조사 방해 요소로, 이태원 클럽 명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다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며 “그분들(클럽 이용자) 거주지가 전국에 퍼져 있다면 결국은 거주지에서도 2차전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기본 등한시한 대가 커…피땀 흘려 의료진이 쌓은 공든 탑 흔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방역의 기본을 등한시하면 언제든지 코로나19가 고개를 들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 직장동료 건강까지 위험에 빠트린다는 방역당국 경고와 정확히 일치해서다.
이번 집단감염 사고가 전 국민이 동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발생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당시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들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행정명령 기간에 영업했다.
역학조사 결과, 이태원 클럽 초발환자인 용인 66번 확진자(29·남)가 찾은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는 시설 내 마스크 착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야외인 클럽 밖에서는 이용객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정작 밀폐된 공간인 실내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클럽 방문자를 확인하는 명부 작성도 방역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오후 2시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클럽 방문자 1946명 중 1309명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다수 클럽 방문자가 잘못된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고, 클럽 관리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애당초 밀폐된 실내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클럽 특성상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 준수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현실로 나타났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3월 22일부터 시작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는 심야 시간을 중심으로 합동점검을 벌였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가 기정사실화되고 연휴로 들뜬 분위기 속에 방역망에 구멍이 생겼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35·여·중국인) 발생 이후 3개월 넘게 밤낮으로 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료진 노력이 자칫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결국은 수도권과 유흥시설 내 코로나19 전파를 가장 우려했다”며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절제하고 개인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