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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전성시대… 백화점-마트 중심에 떡하니 자리잡아

입력 | 2020-05-11 03:00:00

신제품 홍보-할인판매용 임시매장… 고정매장보다 수익성↑ 리스크↓
수요 따라 운영시기도 조절 가능… 중개업체 “백화점 등 팝업요청 56%
원래 정규매장 있던 자리 내줘”




스위트스팟이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2층에서 올해 3월 초 오픈한 팝업스토어 전경. 짧은 주기로 유연하게 브랜드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팝업스토어의 장점이다. 스위트스팟 제공

2012년 론칭한 남성 가방 브랜드 ‘몬스터리퍼블릭’은 한때 5곳이던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 내 매장을 2년전 정리했다. 그럼에도 매출의 10∼15%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나온다. 비결은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다. 이 업체가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울 도심 오피스 빌딩이나 쇼핑몰 등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100곳이 넘는다. 업체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는 고정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 보니 기존 정규 매장 대비 수익이 30% 이상 더 많다”며 “당분간 오프라인 판매는 팝업스토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상권을 살릴 대안으로 팝업스토어가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 팝업스토어가 국내에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신제품 출시, 신규 마케팅, 할인 판매 같은 이벤트 성격이 컸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입지가 좋은 매장도 수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상권 불황이 깊어지면서 아예 팝업스토어를 정규 매장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다. 팝업스토어에 입점하려면 매출액의 일정 비율(9∼30%)을 수수료로 내면 된다. 보증금이나 임차료, 인테리어 비용이 거의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백화점, 대형마트 정규 매장 입점 수수료보다 싸다. 업계에서는 출점 비용이 정규 매장보다 80%가량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 시기와 기간, 장소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주얼리 브랜드는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골프웨어 브랜드는 골프 시즌 직전처럼 성수기에는 팝업스토어를 늘려 매출을 극대화하고 비수기에는 매장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공실인 상가, 백화점, 대형마트 자투리 공간에 주로 입점하던 팝업스토어는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의 정규 매장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10일 팝업스토어 중개 플랫폼 업체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1일까지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상업시설로부터 들어온 팝업스토어 입점 요청은 50건이다. 이 중 28건은 정규 매장 자리를 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는 “그동안 오피스 빌딩 로비, 행사장과 같은 유휴공간을 주로 중개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정규 매장 자리를 내주겠다는 문의가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아예 이 업체에 장기간 공간을 통째로 빌려주고 팝업스토어 운영을 맡기는 사례도 있다. 이달 말 개장하는 이마트 월계점 1층 매장 입구 팝업스토어는 앞으로 1년간 스위트스팟이 직접 기획, 운영할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 복합쇼핑몰인 ‘앨리웨이 광교’,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단지 상가 내 팝업스토어 운영도 스위트스팟이 맡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 ‘팝업스토어 이코노미’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이코노미는 주요 상권이 정규 매장에서 팝업스토어로 재편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2, 3년 전 미국 영국에서 등장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코리아’ 김용우 이사는 “온라인몰과 함께 플래그십 매장, 일반 매장, 팝업스토어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을 보유한 브랜드들은 코로나19 피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며 “달라진 소비 패턴과 불황에 대비하려면 유연한 판매 전략이 필수적인데 오프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