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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리더’보단 ‘투명한 리더’[Monday DBR]

입력 | 2020-05-11 03:00:00


최근 미국, 중국, 일본 등 한국과 밀접한 국가 정상들은 코로나19 위기에 투명하게 대처하지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월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위기에 대해 “(야당이 퍼뜨리는) 정치적 사기”라고 했다. 또 그는 3월 20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비슷하다. 3월 12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미군이 후베이성 우한에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도 3월 5일 한국인 무비자 입국 제한 조치를 취했던 것이 실은 일본 국내 정치 위기와 외교 실패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의도 아니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투명한 소통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리더는 없다. 그런데 왜 리더들은 위기가 닥치면 상황을 은폐하고 외부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일까.

일단, 리더가 무언가에 집착하고 있으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게 된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조기 종결시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려는 욕구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가 확정된 후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거나 정보를 은폐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투명한 소통을 막는다. 앞서 살펴본 세 명의 국가 정상은 자신들의 약점을 잘 인정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행동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 잘 모른다는 것을 시인한다는 것, 해낼 수 없다는 한계를 공식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학적 기제가 작동한다. 하나는 ‘구원자 신드롬’이다. 리더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구원하겠다는 무의식적 욕망이다. 자기애성(나르시시즘) 인격 성향을 가진 리더들이 특히 이런 내적 환상을 가진다. 두 번째 기제는 사람들이 구원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이를 리더에게 투영해 완벽함을 바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제가 동시에 발현되기도 한다. 대중은 문제를 단칼에 해결해 줄 메시아를 원하고, 나르시시즘을 가진 리더는 그 욕구에 부응해 자신을 부풀려 대중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투명한 소통은 요원하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위기 상황에서 투명한 소통과 정확한 정보를 어느 때보다 목말라한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영국 런던에는 거의 매일 독일 공군의 폭격이 있었다. 반면 교외에서는 폭격이 뜸해서 많아야 1주일에 한 번 정도였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한 궤양 환자는 교외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런던의 경우 공습경보 사이렌이 비교적 정확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외에서는 언제 폭격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더 어려웠다. 주민들은 매일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을 위해 국가와 조직의 리더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첫째,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일지라도 회피하지 말고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상부와 구성원에게 공유해야 한다.

둘째,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정확한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한두 번의 설명으로 구성원들이 잘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해 반복해 설명해야 한다.

셋째, 듣는 이의 입장에서 공감하며 소통해야 한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을 넘어 그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의 상황과 심정에 대한 공감이 같이 이뤄질 때 구성원들은 리더와 투명하게 소통되고 있다고 느낀다.

위기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부족한 정보, 시시때때로 변하는 상황, 통제할 수 없는 여건들이 도사리는 팬데믹 시대에는 투명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리더가 더욱 절실하다. 우리는 리더가 완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진실하기를 바란다.
 
이경민 마인드루트 대표·정신과 전문의 kmlee@mindroute.co.kr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95호에 실린 ‘리스크와 싸우는 리더의 덕목은 완벽 아닌 진실’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