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구축 원격시스템 실전 오류… 일각 “유사시 무용지물 될라” 우려 K-3로 대응 3분후 K-6 수동 사격… 北고사총에 즉시 화력 맞대응 못해 軍, 北의 우발적 총격 위주로 설명… K-6기관총 고장은 숨겨 논란 키워
K-6 기관총에 적용된 원격사격체계(RCWS·Remote Controlled Weapon Station)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는 신속한 대응과 아군 피해 최소화를 위해 2015년 구축된 것이다. 5km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카메라가 달려 있고 사수는 안전한 곳에서 원격 장치로 총을 격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미 5년간 최전방 등에서 각종 훈련과 검증을 받아야 했을 시스템이 이번에 작동하지 않은 만큼, 일각에선 북한의 도발을 대비해 만든 원격사격체계가 유사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군 안팎의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3일 오전 7시 41분 강원 철원군 3사단 비무장지대(DMZ)에서 총성이 울리고 10여 분 뒤 GP 외벽에서 4발의 탄흔과 탄환을 발견한 군은 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K-6 기관총으로 북한군 GP를 향해 대응 사격을 하려 했다. 탄흔 분석 결과 북한군 화기가 고사총(14.5mm 기관총)으로 확인된 만큼 비슷한 화력의 중기관총인 K-6(12.7mm)로 대응하려 한 것.
군은 GP 총격 사건을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세부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3일 언론브리핑에서도 군은 총격 당시 짙은 안개로 시계(視界)가 1km 안팎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해 ‘우발적 총격’에만 무게를 두고 대응 사격 시간 및 방향, 화기 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스스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인명 피해나 폭발 등 가시적인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피탄 자국을 찾는 것까지 포함해 20여 분이면 대응을 잘한 것”이라며 “오히려 처음부터 세세하게 대응 상황을 설명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실제로 군은 3일 “(북한 도발을) 의도적으로 보려면 도발의 적절성을 봐야 한다. 도발이라면 유효 사거리 내에서 해야 하는 게 상식”이라며 고사총의 사거리가 북한군과 우리군 GP 거리(1.5∼1.9km)에 미치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2018년 합동참모본부는 국회에 제출한 ‘북한군 GP 보유 화기 제원’ 자료에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를 3km로 적시했다. 고사총이 하늘로 쏘는 대공무기인 특성을 감안해 일반적인 사거리(1.4km)를 언급했다지만, 지상 공격용으로 전환 시 3km로 사거리가 늘어난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