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남북관계 “北美 대화 여전히 부진한 상태… 언제 성과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방역협력 등 대북 제안에 대해선 “北, 코로나로 어려움 있을 것” “인간안보로 국제협력 선도할 것”… 南北 포괄적 차원의 협력 포석
기자들 발열 체크-문진표 작성 10일 열린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기자들이 춘추관 2층 브리핑룸 앞에 설치된 엑스레이 보안검사대에서 소지품 검사와 발열 체크를 받고 있다. 기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소독제로 손을 소독하고 문진표를 작성한 뒤 브리핑룸에 입장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남북 간에도, 그리고 또 북―미 간에도 아주 소통이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이고, 문 대통령이 올해 초 공언했던 독자적인 남북 교류 협력도 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독자적 남북 교류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연결, 개별관광 등 기존 제안들은 모두 유효하다”며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대북 이슈를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남과 북도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대목에서다. 올해 3·1절 기념사를 비롯해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구체적인 남북 협력사업을 제시했던 것과는 달라진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방역협력 등 그동안 내놓은 대북 제안에 대해선 “북한이 지금 호응해 오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전부 많이 멈춰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우리가 계속해서 독촉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독자적 남북협력 사업을 계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들도 있고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업들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남북협력과 비핵화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호응이 있다면 북한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감염병 등 방역에 함께 협력하고 공조한다면 안보리 제재에도 저촉이 안 되고 남북 국민들의 보건 안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방역협력은) 적극적으로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인간안보’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 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며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9·19 남북 군사합의와 같은 전통적 개념의 안보 논의를 넘어 남북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포괄적 차원의 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