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공식화
고용보험 확대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확대 적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일자리 위기가 닥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다.
○보험료 인상 불가피할 듯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기금이 더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만큼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더 빈번하게 노출된다. 이들이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새로 거두는 보험료보다 실업급여로 나가는 금액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되더라도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릴 수 있는 만큼 고용보험 확대 초기 단계에선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에게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해 고용보험 가입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금을 안정화하고 정부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이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가 해외 여러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선 보험료 인상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어 고용보험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재원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재벌 규모에 따른 누진세로 마련하고, 고용보험료 인상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고·예술인부터 단계적 확대 유력
정부 역시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를 강조하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전부를 당장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 아닌,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부터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경우 당장 고용보험을 적용하기에는 재원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프리랜서는 근로자처럼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닌 만큼 고용보험료 부과 기준을 현행 ‘임금’이 아닌 ‘소득’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취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이 때문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전 국민 고용보험은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현 단계에서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는 것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조실장은 “코로나19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대의명분만으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원 마련과 제도 정비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