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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에 학부모들 “개학연기 안하면 등교 거부할 수도”

입력 | 2020-05-11 05:50:00

확진 수일만에 54명…가족·지인 2차전파도 11명
"고3 학부모도 안전 걱정한다", "젊은이들 원망"
"시도교육청이 등교연기 반드시 건의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등교 가능하냐는 문의전화 많다"
맘카페 "학교서 13일 등교 찬반 묻는 설문 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를 미루지 않을 경우 학부모와 학생이 등교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교원단체에서도 시도교육청이 선제적으로 등교연기를 건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11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는 원격수업으로 진행했으면 한다”며 “정 불안해서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은 학부모는 등교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회장은 “체험학습에 가정학습을 포함시키는 형태로 인정해 줄 수는 있으니 정 어렵다면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질병관리본부와 교육부가 방법을 잘 협의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24일 게재된 ‘등교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10일 오후 8시30분 기준 15만3193명의 동의를 모았다. 교육부가 지난 4일 등교 방식을 발표했음에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태원 인근의 서울 강북 지역 한 고등학교 2학년 어머니인 A(서울 송파·40대 중반)씨는 “고3 어머니들도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며 “다른 학년도 절반 이상은 등교가 미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원격수업도 정착되어 가고 있는데 꼭 학교를 가야 하느냐는 학부모도 있다”며 “굳이 등교해서 리스크(위험)를 감수해야 하나”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에서 고2 자녀를 기르는 학부모 B(50·여)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젊은이들에 대한 원망이 있다”며 “고3 외 다른 학년 어머니들의 경우 대부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교원단체에서도 이제는 등교를 연기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등교 가능성을 문의하는 전화도 쇄도하는 중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현욱 정책본부장도 “한계 상황에 온 것은 맞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학교에서도 (등교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시도교육청이 등교 연기를 반드시 건의해야 한다”며 “학생의 건강이 우선인데 정치, 정책적 의도를 갖고 모험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우려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등교가 어렵다고 보고 의견 수렴에 나선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주요 포탈사이트의 한 맘카페에 지난 10일 게재된 글을 보면 “고3인 아이 13일부터 등교였는데 학교에서 등교 찬반을 묻는 설문이 왔다”는 내용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 수는 지난 10일 기준 54명까지 불어났다. 초발 환자인 용인 66번 환자 확진일(6일) 4일만이다. 이 중 7명은 가족과 지인 등 총 11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은 19~37세의 젊은 연령층이다. 학생이나 교직원 본인이 가족을 통해 2차, 3차 감염의 가능성도 높다.

교육부는 지난 4일 고3이 13일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일에는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 포함 고2와 중3이 등교한다. 27일에는 고1과 중2, 초등 3~4학년이, 초등 5~6학년은 6월3일에 각각 등교한다.

잠복기인 16일 이전 등교했다가 학교에서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할 경우 철저한 방역 하에 고3의 입시 일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교육당국의 논리도 무색해질 수 있다. 확진 학생은 격리되고 학교는 전면 원격수업 전환 수순을 밟으면 입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 경우 등교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등교 후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해당 학생, 교직원에 대한 낙인찍기, 성소수자 혐오와 같은 문제가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유있는 등교개학 반대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지난 9일 게재됐다. 청원인은 “두 초등생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며 “확진이 되었을 때 그 아이는 따돌림, 괴롭힘의 대상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고 우려했다.

교육부와 방역당국도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고3 등교 연기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교육 현장의 의견수렴도 나설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모든 위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질본, 중대본, 교육청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며 “학교현장 의견도 신속하게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전경원 소장은 “예측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염두해 두고 준비가 되었을 때 등교를 해도 늦지 않다”며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1학기는 원격수업을 위한 완벽한 준비기간과 학습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보충학습에 방점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