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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우선” vs “대입 차질 커”…‘등교개학 연기’ 갑론을박

입력 | 2020-05-11 10:47:00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학교 방역 관리사항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오는 13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이니 감염병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빠듯한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더는 등교를 미룰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기준으로 최소 75명 이상 발생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충북·부산·제주 등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의 생활방역체계 전환에 따라 각급 학교의 순차적인 등교 개학을 준비했던 교육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오는 13일 고3을 시작으로 20일에는 고2·중3·초1~2·유치원생, 27일에는 고1·중2·초3~4, 중1·초5~6은 6월1일 등교 개학할 방침이었지만 방역당국과 각 시도교육청과의 협의에 따른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상수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시도별로 여러 가지 점검을 하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3 학사일정 변경여부와 관련해 역학조사와 위험도 평가를 하고 있으며 또 여러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위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 글에 11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6만5000여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개학일을 더 미뤄주세요’ ‘이유 있는 등교 개학 반대 청원합니다’ ‘고3 13일 등교 반대’ ‘안전한 등교를 원하는 학생들의 권리도 보장됐으면 한다’ 등 등교 개학 시점을 미루라는 다른 청원 글에도 각각 수천명이 동의 표시를 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교육당국의 등교 개학 지침이 명확한 것이 하나도 없다 보니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을만한 공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대로 교문을 열면 학생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등교 개학을 미뤄야 한다는 학부모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등교 개학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파주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국모양(18)은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보다 나로 인해 주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걱정된다”며 “조금 더 안전해졌을 때 등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모양(18)도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고, 지역사회에 얼마나 퍼졌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소한 1주일은 더 미뤘다가 개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고3 만이라도 예정대로 등교 개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두 달 이상 등교가 늦춰진 상황에서 더 미룰 경우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3의 경우 오는 13일 개학한다 해도 이튿날 14일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부터 5월 말~6월 중순 학교별 중간고사, 6월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 7월22일 인천시교육청 주관 학평, 7월 말~8월 초 기말고사 등 5개 시험을 연달아 치러야 한다. 여기서 등교가 1~2주 더 미뤄질 경우 대입 준비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부장으로 근무하는 이모 교사는 “등교 개학이 연기될 경우 불가피하게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고 기말고사로만 평가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한 번의 시험으로 내신 성적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학원이나 독서실, PC방 등 시설을 이용하면서 감염병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배재민군(18)은 “수험생 입장에서 등교가 더 미뤄지면 1학기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 너무 부담이 크다”며 “방역당국이 지금까지 코로나19를 잘 막아왔고 앞으로도 잘 대응할 것으로 믿기 때문에 등교는 오는 13일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 회의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전문가들과 등교 개학과 관련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빠르면 이날 중으로 등교 개학 연기 여부가 발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