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최근 불거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정의연은 회계내용을 공시하는 과정에서 기부금 수혜 인원을 ‘999’ ‘9999’등 임의의 숫자로 기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미진했다“라며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2020.5.11/뉴스1 © News1
“할머님께 원치 않는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이나영 이사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제기한 기부금 사용 논란 등을 사과하며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정의연은 기부금 영수증의 세부명세 공개 요구를 “너무 가혹하다”며 거부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 최근 3년 치 지출명세 일부 공개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3년 치를 기준으로 기부금 수입과 지출액을 산정해 발표했는데 국세청 홈택스의 정의연 공익법인 공시에는 2016년부터 최근 4년치 기부금과 사업별 지출 명세가 포함돼 있다. 공시에 나와 있는 2016년 피해의 현금성 지원 사업비는 30명에게 총 270만 원이다. 피해자 1명당 9만원 수준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2016년은 재단 자체를 조성하는 단계이고 2017년부터 온전한 사업이 시작돼 2017년부터 지금까지로 공개한 것이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또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사업은 후원금을 모아서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면서 “할머니들의 건강치료 지원, 정서적 안정 지원 등으로 수행되고 있다. 예산으로 표현될 수 없는 할머니들과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오성희 정의연 인권연대처장은 “세상의 어떤 시민단체(NGO)가 이렇게 낱낱이 공개하느냐.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 국세청 공익법인 세무 기준도 위반
공개된 자료와는 별도로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정의연의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를 보면 석연찮은 사용처가 몇 군데 있었다. 정의연의 2019년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에는 한 상조회사에 1100만 원을 사용했다고 나와 있다. 이 회사는 10여 년 동안 정의연과 인연을 맺고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장례를 무료로 치러주는 곳이다. 상조회사 대표와 간부는 “기부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 정의연 “방해세력이 반성해야” 주장
정의연 이사 A 씨의 자녀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의연 측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기자회견 당시 “A 씨가 정의연 이사가 아니다”라고 말한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경황이 없어 착오가 있었다. A 씨는 이사가 맞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이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번번이 걸림돌이 됐던 가장 큰 방해세력과 같이 동조하여 이 문제를 폄훼, 훼손한 이들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의원 당선자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