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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의기억연대 의혹 철저히 규명돼야 활동 정당성 얻는다

입력 | 2020-05-12 00:00:00


불투명한 후원금 사용 논란에 빠진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금 전달만이 피해자 지원 사업은 아니다”며 기금 운용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내세운 시민단체 정대협은 근 30년간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수요집회를 주관해왔다. 이번 사태는 집회를 함께해 온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7일 “정의기억연대의 회계가 불투명하다”며 “(수요)집회가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 앞으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기부금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2019년 기부금 중 2.9%, 2018년 4.1%만이 피해자 지원에 사용됐다. 또 하나의 쟁점인 윤미향 전 이사장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사전 인지 논란은 외교부와 정의기억연대 간 진실 공방이 되고 있다.

1990년 37개 여성단체의 결의로 발족한 정대협은 당시까지 피해 사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 덕에 우리는 자칫 역사의 뒤꼍에 묻힐 뻔했던 전시 성폭력 피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오랜 기간 활동이 이어지면서 할머니들을 무심하게 이용하거나 초심을 잃어버린 일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써달라”며 남긴 ‘김복동 장학금’을 2019년 1월 본인이 사망하자마자 재일조선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자녀들에게 지원한 것은 고인의 진심을 아전인수 격으로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정대협, 또는 정의기억연대 활동이 전시 성폭력이라는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에서 일탈해 반일 민족주의 정치 운동의 소재로 이용된 측면은 없는지 자성해야 한다. 여성계 인사들이 정대협을 거쳐 속속 정계에 진출해온 점도 씁쓸하다. 특히 4월 총선에서는 윤미향 전 이사장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당장 후원금을 둘러싼 논란은 필요하다면 수사를 해서라도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래야 정의기억연대가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