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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혁신 중심으로” 세력화 나서는 통합당 소장파

입력 | 2020-05-12 03:00:00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면, 우리 당은 무조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실사구시로 접근한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다.”(재선 이양수 의원)

“국민들이 네 번의 회초리를 들었는데 마지막 회초리를 가장 세게 들었다. 시대정신에 뒤떨어졌다. 시대정신부터 되돌아보자.”(재선 김성원 의원)

총선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에서 당 혁신과 ‘보수 재건’을 목표로 내건 소장개혁 그룹이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문제를 놓고 초선 당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장파 재조직에 나선 이들의 움직임이 아직 안갯속인 통합당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15총선 이후 통합당 내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소장파 모임에는 김성원 의원이 주도하는 ‘삼정개혁’(정치-정책-정당개혁) 모임과 △정책정당 스터디 모임(유의동 의원 주도) △‘전국 초선’ 모임(서범수 당선자 주도) △부산 초선 모임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오신환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통합당 ‘3040그룹’도 별도 모임을 갖고 있다.

소장파 모임은 16대 국회에서 당 혁신 어젠다를 주도했던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같은 개혁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성원 의원은 “뒤를 보기 위한 게 아닌 앞으로 가기 위해 있는 ‘자동차 백미러’ 같은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산 초선 모임에 참여하는 황보승희 당선자는 “백가쟁명식 토론이 당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이들 중에는 기본소득 등 여권이 주도해온 이슈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등 당의 방향 자체를 재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양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도) 평생 가난한 사람을 위한 대책, 젊은이들과 고령층 농민 어민에 대한 기본소득 정책 등을 준비해야 한다”며 “이는 이념적인 것과는 다르다”라고 했다. 3040그룹은 15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초청해 ‘총선 참패 원인과 보수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다만 총선 후 우후죽순처럼 개혁을 표방한 모임들이 생기다 보니 일각에선 이들이 세력화하면서 오히려 당의 자중지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선의 유의동 의원은 “모임을 만들었다고 해서 정치 세력화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초선의 김웅 당선자는 “(개혁 모임은) ‘클로즈드 숍’(closed shop·노조 가입이 고용 조건인 노사협정) 같은 게 아니다”라며 “섣부른 세력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보수정당의 혁신에 앞장섰던 소장파 선배들은 적극성을 주문하면서도 ‘수평적 리더십’을 당부했다. 정병국 의원은 “호기롭게 시작하더라도 선배 그룹이 ‘각개격파’를 하거나 사람을 심는 식으로 와해시킬 수도 있다”며 “필요하면 의원총회도 소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개혁소장파는) 과감한 자기비판과 자정 노력의 선두에 서야 한다”며 “늘 치열하게 수평적 토론이 진행되는 플랫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