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비상]등교수업 연기, 교육현장은 혼란
11일 오후 대구의 한 고등학교 정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구= 뉴스1
○ 5번째 미봉책… 시험도 줄줄이 연기 불가피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중고교 모든 학년의 등교 수업을 1주일씩 연기한 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 때문이다. 6일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해당 클럽과 관련된 환자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충북, 부산, 제주까지 퍼졌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등교 수업 연기 이유로 “확진자 거주 지역이 전국적이어서 파급 범위가 크다”고 말한 이유다.
고3의 등교 시점은 13일에서 20일로 밀렸다. 모든 학년이 등교 수업 연기에 따른 타격을 받겠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에도 고3 걱정이 가장 크다. 등교가 늦어지면서 수시모집에 꼭 필요한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워 넣을 내용이 없다. 등교 연기에 따라 시험 일정도 밀린다. 당초 고3 등교 다음 날인 14일에 실시될 예정이던 전국 단위 학력평가가 대표적이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경기도교육청은 “5월 내에 고3 등교 수업이 시작되면 다음 날 바로 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고3의 ‘심리적 타격’이 이미 크다. 당초 13일 등교하면 6월 1, 2주에 지필고사로 실시할 예정이던 고3 중간고사 역시 최악의 경우 다른 학년과 마찬가지로 수행평가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3이 되면 곧바로 3월에 전국 단위 학력평가를 치르고 수시 및 정시의 지원 방향을 정하는데 지금 고3은 모두 방향성 없이 온라인 수업만 듣는 상황”이라며 “반면 재수생들은 이미 정해놓은 지원 전략에 따라 착실히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근본적·중장기 대안 필요
고3의 타격이 가장 크지만 다른 학년 역시 연이은 등교 수업 연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초1 자녀를 둔 워킹맘 홍모 씨(34·경기 고양시)는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가는 거라 등교 일정에 맞춰 휴가를 잡아 놨는데 또 밀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유치원 졸업 후 3개월 가까이 학교를 못 간 초1은 학력 부진에 대한 우려도 크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은 그동안 연월차나 돌봄휴가 등을 모두 소진해서 더 이상 집에서 자녀를 돌보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초등생 자매를 둔 대학교 교직원 부부는 “개학이 찔끔찔끔 연기되는 바람에 임시로 양가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제 한계인 것 같다”면서 “차라리 한두 달씩 연기되면 아이 돌봄이라도 구할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감염병 사태가 길어지는 만큼 현실적인 ‘플랜B’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처럼 초중고교도 아예 1학기 전체 원격학습을 적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감은 “현장에서 보면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관성 없는 1, 2주 연기의 반복”이라며 “차라리 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가도록 원칙을 정하고 보완이 필요한 학생들만 등교시키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의 한 고3 영어 교사는 “지난 주말 내내 이번 주 진도에 맞춰 대면 수업 자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연기 결정이 나오니 온라인 수업 자료를 하루 만에 준비해야 한다”면서 “교육부는 발표하면 그만이지만 학교에서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교육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이번 클럽발 확산처럼 언제, 어떤 계기로 다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교육 당국이 이제라도 중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진 지금이 원격수업을 연장하거나 글로벌 기준에 맞는 가을 신학년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