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신종 40개 이상 발견 도시화 등 원인 ‘감염병 사이클’ 줄어 코로나로 병원 기피 예방접종률 감소 65세 이상 폐렴구균 접종률 3분의1로 3년 주기로 유행 반복하는 ‘백일해’ 올해 집단발병 우려…예방접종 권장 일본뇌염주의보도 예년보다 빨라져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지속적인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코로나19 유행기간 중이라도 어린이, 어르신 등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이른다 하더라도 코로나 이후 또 다른 감염병 유행을 안심할 수도 없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감염병이 지나기도 전에 또 다른 인수공통감염병이 생길 수도 있고 홍역, 백일해 같은 다른 호흡기 감염병 아웃브레이크(Outbreak·감염병 대유행)가 생길 수 있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코로나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출현해 확산될지 예측이 어렵지만 사전에 역학조사 등을 통해 예상할 수 있는 감염병도 있다. △유행 주기가 일정기간을 두고 반복되거나 △병원균의 특성에 따라 온도에 민감해 계절성 감염병의 특성을 띠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유행해 풍토병 양상을 띠는 경우다.
세계보건기구는 신종 감염병이 유례없는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970년대 이후 사스, 메르스, 에볼라, 치쿤구니아, 조류인플루엔자, 지카바이러스, 코로나19를 포함한40가지 이상의 신종감염병이 발견됐다.
유행 주기로 예측해 보는 감염병
국내 법정감염병 중 유행주기로 예측해볼 수 있는 감염병으로 백일해가 있다. 백일해는 기침과 콧물 등 호흡기분비물이나 비말에 의해 쉽게 전파될 수 있는 호흡기 감염병으로 전파력이 강하다. 백일해 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미국, 네덜란드, 호주, 영국에서는 최근 2∼3년을 주기로 집단발생이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며 최근 20년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백일해는 1984년부터 DTap 백신의 접종률이 90% 이상 유지되면서 환자 발생이 줄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산발적인 집단발생이 보고 된이래 2012년에는 중고등학교에서 230명의 집단 발생이 있었다. 2015년에는 산후조리원과 초등학교에서 20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2017년에는 318명, 2018년에는 980명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백일해 유행 동향을 보면 환자 수는 3년 주기로 유행 정점을 찍고 있다. 주기가 반복될 때마다 증가율이 높아진다. 2018년 급증 후 작년에는 2018년 대비 감소했으나 여전히 2017년 이전 시기에 비해 환자 수가 많았고 3년 주기의 증가 경향을 볼 때 올해 역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백일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보고되는 발병 증가 사례의 특징은 신생아에서보다 청소년과 성인층에서 발병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0∼19세에서 많은데 전문가들은 방어면역 감소와 자연감염 기회 증가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감염력이 높은 변이균주가 유행하면서 백신접종에 의해 획득된 면역력이 연령 증가에 따라 감소하고 백일해 감염 대상이 청소년과 성인층으로 확대돼 전파력 강한 감염원 수가 증가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청소년과 성인에서 백일해 발생 비율이 2.2%(2001∼2008년 평균)에서 49.1%(2009∼2018년 평균)로 크게 증가한 실정이다. 국내 분포하고 있는 백일해균이 지속적인 변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때 백일해는 향후 더 큰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온도-습도에 영향 받는 계절성 유행 감염병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 매개돼 사람에게 감염시키고 감염자 일부에서 급성뇌염을 일으키는 제2군감염병이다. 매년 날씨가 따뜻해진 봄철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되는데 보통 6월 초에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해서 8월 말경 가장 높은 밀도를 보인다. 올해 주의보가 빨라진 것을 감안했을 때 매개모기 개체수 증가 시점도 빨라질 수 있다.
일본뇌염은 2010년도 이후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한반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매개 모기 개체 수 증가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간 신고된 일본뇌염 환자의 90% 이상은 40세 이상 성인으로 면역력이 없거나 매개 모기 노출에 따른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예방을 위해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권고한다.
날이 따뜻해지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진드기 등에 의한 감염병도 주의가 필요하다. 진드기에 물려 나타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TFS)은 1, 2주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이 이어지고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유발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정 지역에서 유행하는 감염병도 있다. 뎅기열, 말라리아 등 감염병은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와 서태평양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다. 말라리아는 유행 국가 여행 전 의료기관에 방문해 적절한 예방약 복용이 권고되며 뎅기열의 경우 예방 백신이 없어 모기 물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야간 외출을 자제하고 모기기피제 사용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밖에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는 중동지역에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 방문할 국가에 어떤 질병이 유행하고 여행경보단계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야 한다.
인류가 극복해야 할 감염병과 백신 개발
세계보건기구는 신종감염병이 유례없는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1970년대 이후 사스, 메르스, 에볼라, 치쿤구니아, 조류인플루엔자, 지카바이러스, 코로나19를 포함한 40가지 이상의 신종감염병이 발견됐다. 이렇게 최근 50년간 신종감염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병원체의 자연 진화와 도시화, 여행·교역의 증가, 토지개발 등 인간과 환경 간 상호작용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신종감염병의 60% 이상은 동물 병원체가 사람으로 전이돼 발생했으며 이 중 71.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 인구 증가, 새로운 지리적 공간으로 사회적 영역 확장, 해외여행 등으로 인간은 병원체의 숙주인 동물 종과 접촉 기회가 증가했다. 사람으로 전이된 병원체는 인구밀도와 인구이동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와 결합해 신종감염병 확산과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25개 병원균에 대한 백신 제품이 파이프라인에 있다. 세계 주요 기관과 국가들은 예의주시할 신종감염병, 고부담 감염병 등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신종감염병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추진 중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