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2020 북한인권백서' 발간 김정은 이후 영상·휴대전화 단속 강화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외부정보 차단을 위해 녹화물과 휴대전화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2일 ‘2020 북한인권백서’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과 입수한 북한 공식문건, 언론보도 등을 인용해 지난 2013년 이후 외부문화 반입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인민보안성·국가보위성·검찰·노동당·각 산하 행정기관으로 구성된 5개 그루빠(그룹)를 통해 녹화물에 대한 합동검열을 했으나, 불법시청이 증가하자 ‘109 상무’라는 별도 조직을 구성해 상주하면서 검열하고 있다.
또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몰래 보는 행위가 증가하자 최근 109상무가 전파를 탐지하는 기계를 들고 다닌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기계로 전파를 탐지하면 어떤 영상물을 봤는지 다 나오기 때문에 이에 걸리면 꼼짝없이 단속된다고 한다.
아울러 백서는 음란물이 적발되면 최대 교화 10년형을 받거나 추방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한국 녹화물을 시청·유포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포고문이 게시됐다는 증언과 적발되면 총살한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백서는 당국의 통제 강화와는 별개로 여전히 북한에서 뇌물을 통해 처벌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국영화 1건 적발시 교화 1년 등 사안에 따라 처벌 크기는 다르지만 보통 뇌물을 주면 풀려날 수 있고 뇌물 양도 일반화됐다는 증언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백서는 북한의 휴대전화 단속 및 처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고려링크 외에 북한 자본으로 만든 ‘강성네트’라는 무선통신서비스를 내국인 전용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무선 통신 가입자 수가 50만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100만명, 2013년 300만명에 이른 후 2017년 370만, 2018년 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북한에 휴대전화가 확대되면서 북한 당국의 외부정보 유입과 유통 역시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백서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지대에 전파장벽과 전파탐지기를 설치하고 첨단 전파감지 장비를 도입해 불법 사용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지난 2014년 혜산시에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많아져 평양에서 단속반이 내려와 1년간 장기적으로 단속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불법 휴대전화를 단속하는 1118상무나 109상무 외에 국가보위성 산하에 전담조직을 신설해 합법적인 휴대전화까지 단속 범위를 확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백서는 북한 당국이 불법 휴대전화 단속 시 한국번호가 기록에 남아있는지 최우선적으로 검사하며, 한국으로 전화하는 것은 정치범으로 처벌받는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8년 독일제 도청기계가 도입되면서 5분 이상 통화하기 힘들다는 증언도 전했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국문과 영문으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다. 백서는 북한이탈주민 심층면접조사와 북한법규·인민보안성 포고문·판결문 등 일부 입수한 북한 공식문건, 북한 당국의 유엔 제출 보고서, 북한 주요 매체, 국내외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와 논문, 국내외 매체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